매일신문

'해평취수원 공동 이용' 반대단체 방해에도 경찰 무기력한 대처

경찰 제어 못하고, 반추위 회원들 몰려와 원천 봉쇄…아수라장 된 상생협 기자회견
반추위, 플랜카드 찢고 저지…일부 회원 욕설·몸싸움까지
찬성측 장소 옮겨 회견 강행…"민주주의 원칙 어겼다" 비판

구미 해평취수장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상생주민협의회 측이 12일 구미시청 앞에서 정부의
구미 해평취수장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상생주민협의회 측이 12일 구미시청 앞에서 정부의 '대구취수원 구미 이전'안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자, 이에 반대하는 도개면 주민들이 몰려와 충돌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2일 진행된 '해평취수원 상생 주민협의회'(이하 해평협의회)의 기자회견이 반대 단체 때문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를 사전에 막지 못한 경찰의 무능과 집회·결사의 자유를 힘으로 봉쇄한 반대편 주민들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수라장 된 기자회견

이날 오전 10시 20분쯤 경북 구미시청 본관 앞. 오전 11시 해평협의회 기자회견이 예고됐으나 100여 명(경찰 추산)으로 구성된 '대구취수원 반대추진위원회'(이하 반추위) 회원들이 플래카드와 팻말을 들고 일찌감치 자리를 잡으면서 긴장감이 나돌았다.

애초 반추위는 구미시청 정문 인도에 집회 신고를 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해평협의회 기자회견 장소인 시청 본관 앞으로 몰려왔다.

해평협의회 관계자가 기자회견을 위해 플래카드를 기둥에 걸려고 하자 반추위 회원들이 플래카드를 찢으며 거세게 항의하고 몸싸움까지 벌어지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반추위 관계자는 마이크를 들고 "대대로 살아온 지역을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기자회견은 절대 허용할 수 없고 무산될 때까지 하나가 돼서 막자"고 주장했다.

게다가 반추위 측은 확성기를 부착한 차량을 시청 본관까지 끌고 와 볼륨을 최대한 올렸고, 일부 회원들은 욕설을 내뱉으며 해평협의회 주민들을 위협했다.

해평협의회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해평협의회는 플래카드를 걸지는 못했지만 장소를 10m가량 옮겨서 기자회견을 강행했다. 김기완 해평협의회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그만하고 해평면을 살리는 취수원 공동 이용을 수용하라"며 "40년을 참아온 해평면민은 더 이상의 기다림을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구미 해평취수장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상생주민협의회 측이 12일 구미시청 앞에서 대구시의
구미 해평취수장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상생주민협의회 측이 12일 구미시청 앞에서 대구시의 '해평취수장 공동이용'을 찬성하는 기자회견을 열자 이에 반대하는 도개면 주민들이 몰려와 충돌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무기력한 경찰과 민주주의 외면한 반대 단체

이처럼 기자회견이 난장판이 됐지만 경찰은 폴리스라인조차 없이 사실상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진보와 보수 단체가 동시에 집회를 할 경우 경찰이 중간에서 양측의 영역을 존중해주던 모습은 구미 경찰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구미경찰서 관계자는 "보수와 진보가 아니라 두 단체 참석자 모두 인접 지역 주민들이고, 서로 아는 사이다. 폴리스라인을 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은 반추위 측의 확성기가 현장에서 최대 93데시벨(dB)까지 측정됨에 따라 75데시벨을 넘기면 안 된다는 규정에 따라 유지명령서를 발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양측에서 재물손괴 등 피해 신고가 들어오면 조사할 수 있다"고 했다.

사람을 동원해 힘으로 기자회견을 막은 반추위 회원들에 대해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힘으로 막아선 것은 해평취수장 공동 이용에 반대의 명분을 스스로 저버렸다는 것이다.

해평협의회 관계자는 "반추위 주장을 우리가 강제로 반대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의 찬성 주장도 반추위가 강제로 막을 권리는 없다"고 강력 비난했다.

이에 대해 반추위 관계자는 "기자회견을 막은 것은 소수의 의견을 가지고 구미시가 행정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원천봉쇄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채장수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주의가 다수에게 조금 더 권력을 부여하는 것은 맞지만 소수의 기본권을 파괴할 수 있는 권력을 부여한 것은 아니다. 다수가 소수를 억압하는 것은 민주주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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