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경제계의 검찰로 불리는 기관이다. 최근 공정위가 두 개의 결정을 내렸다. 하나는 쿠팡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삼성에 관한 것이다.
매년 공정위는 자산 5조 원 이상인 기업집단을 지정한다. 우리는 이를 재벌이라 부른다. 공정위는 특정 재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람도 지정한다. 일반적으로 이 사람을 재벌 총수라고 하는데 법적으로는 '동일인'이라는 용어를 쓴다. 수십 개의 계열사가 상호출자로 연결돼 있을 때 그 기업집단을 누가 지배하는지 파악해서 특정할 필요가 있다. 기업집단이 불법행위를 저지르면 동일인이 책임을 진다.
2021년 쿠팡 자산이 5조8천억 원, 김범석 이사회 의장(현재는 아님)의 의결권 비중은 78%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김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쿠팡이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된 미국 기업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정위는 에쓰오일과 GM대우를 선례로 들었으나 쿠팡이 이 두 기업과 다른 점이 있다. 쿠팡 계열사 대부분은 국내에 설립됐고 거의 모든 매출이 국내에서 발생한다. 미국에서 자금을 조달했지만 국내에서 돈을 버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지 의문이다.
공정위가 5개 삼성 계열사에 과징금 2천350억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의 설명은 이렇다. 삼성 계열사들이 삼성웰스토리라는 급식업체와 내부거래를 하고 높은 이윤을 보장했다. 이로 인해 모회사인 삼성물산이 이윤을 얻었고 삼성물산 대주주인 총수 일가가 배당을 통해 이윤 일부를 가져갔다. 여기에서 총수 즉, 동일인은 이재용 부회장이다. 기업집단과 동일인을 지정하고 내부거래를 적발해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공정위의 반독점 메커니즘이 작동했다. 삼성 계열사들은 직원들에게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높은 이윤을 보장했다고 주장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삼성웰스토리 이윤 중 일부를 삼성물산이 가져가고 그것의 일부를 총수 일가가 배당받기 위해 삼성 계열사들이 내부거래를 했는지 의문이다.
쿠팡 매출액이 10조 원을 넘어섰다. 쿠팡은 뉴욕 증권시장에 상장됐으며 주식가격 총액이 78조 원이다. 쿠팡이 이렇게 성장한 원인은 저렴한 배송비와 빠른 배달 때문이다. 경쟁업체에 비해 낮은 배송비로 빨리 배달할 수 있다면 쿠팡은 혁신적인 기업이다. 쿠팡은 혁신적인가? 현재 쿠팡의 누적 적자액은 4조5천억 원이다. 매출이 늘수록 적자가 커지는 것이 쿠팡의 사업 구조다. 계속해서 적자를 감수하면서 로켓 배송을 할 수는 없다. 흑자가 나야 근로자를 고용하고 경영자에게 보수를 주며 주주에게 배당을 지급한다. 언제까지 쿠팡이 출혈경쟁을 할 것인가? 국내 배송시장에서 경쟁기업이 사라질 때까지 적자 경영이 지속될 것이다. 이는 너 죽고 나 살자는 싸움이다.
이유가 어떻든 배송비가 저렴하면 소비자에게 좋은 것 아닌가? 일시적으로는 그렇다. 장래에 쿠팡이 국내 배송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한다면 배송료가 오를 것이다. 출혈경쟁으로 인한 그동안의 손실을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아마존(Amazon)이 쿠팡을 인수할 수도 있다. 경쟁기업을 망하게 하려는 의도로 손실을 감수하면서 가격을 할인하는 것은 약탈적이다. 공정위는 약탈적 가격을 처벌한다. 쿠팡이 혁신적인 기업이라면 시장을 독점한 후에도 배송료를 올리지 않고 로켓 배송을 할 것이다. 두고 볼 일이다.
오래된 것은 낡은 것, 새로운 것은 혁신적이라는 편견이 있다. 우리는 재벌에 대해 혹독한 비판을 하지만 빅테크(Big Tech)에는 관대하다. 빅테크는 대기업이다. 작은 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경쟁과 파산, 인수와 합병의 역사다. 페이스북(Facebook)은 90건, 구글(Google)은 270건의 기업 인수를 통해 빅테크가 됐다. 인스타그램(Instagram)과 유튜브(Youtube)도 이들에게 인수되었다. 홉스(Hobbes)는 거대한 정부를 리바이어던(Leviathan)이라고 했다. 리바이어던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괴물이다. 그동안 우리는 재벌을 괴물로 생각했다. 지금은 빅테크가 괴물인 시대다. 쿠팡은 혁신, 삼성은 독점이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쿠팡과 삼성에 같은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 그것이 요즘 유행하는 공정이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포항 찾은 한동훈 "박정희 때처럼 과학개발 100개년 계획 세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