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미술감상의 즐거움을 넘어 기쁨으로

'방구석 미술관'과 '현대미술은 처음인데요'

정신과 전문의 문요한은 나의 세계를 만드는 '휴식'이자 현실을 헤쳐 나가는 '위로'의 의미로 '오티움(otium)'을 제안합니다. 라틴어로 여가, 학예활동 등으로 해석되는 이 말이 요즈음 '나의 영혼을 기쁘게 하는 능동적 여가'의 의미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감각의 탐닉을 통한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기쁨이 되는 능동적인 여가 활동으로서 미술감상은 어떤가요? 그 세계로 들어가는 유쾌한 여정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조원재의
조원재의 '방구석 미술관' 표지

◆방구석에서 미술의 세계에 빠져보기

'방구석 미술관'의 저자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미술을 사랑해 스스로 '미남(미술관 앞 남자)'으로 불리길 원합니다. 2016년부터 팟캐스트 '방구석 미술관'을 진행한 그는 미술에 대한 진지함이나 허례허식 없이 쉽고 가볍게 미술에 다가갑니다. 그래서인지 독자는 옆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듯 책 속으로 빠져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보았을 구스타프 뭉크의 '절규'를 다루면서, 평생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한 그가 사실은 장수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상황을 이야기합니다. 20세기가 낳은 천재 화가 파블로 피카소를 선배의 미술을 훔친 도둑으로 다룹니다.

조원재의
조원재의 '방구석 미술관2' 표지

이처럼 저자는 각 작품에 대해 진지한 비평을 하기보다 작가, 즉 사람을 따라갑니다. 삶의 이야기 속에서 작품을 보기 때문에 개개의 에피소드가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독자는 '미술이 어려운 게 아니구나', '별것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이 책 2편은 한국편이라서 더욱 반갑습니다. 이중섭, 나혜석, 이응노, 유영국, 장욱진, 김환기, 박수근, 천경자, 백남준, 이우황 등 대표적 작가의 작품을 살펴봅니다. 우리의 굴곡진 현대사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미술을 갈망했던, 그들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서구 유럽 중심의 미술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예술적 자부심을 심어줍니다. 그리고 방구석에서 받은 재미와 감동은 이제 더 많은 미술의 세계를 탐색하고 싶은 욕구로 나아가게 합니다.

◆복잡한 현대미술 파헤치기

안휘경, 제시카 체라시의
안휘경, 제시카 체라시의 '현대미술은 처음인데요' 표지

현대미술 하면 어렵고 복잡해서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고들 합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큐레이터가 들려주는 친절한 미술 이야기 '현대미술은 처음인데요'를 소개합니다. 책 표지의 캔에는 이탈리아 예술가 피에르 만초니의 똥 30g이 들어 있다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벌써부터 난해합니다. 이건 뭐지? 진짜 똥일까? 왜 그것을 담았을까? 이걸 누가 돈을 주고 샀을까?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렇습니다. 현대미술은 질문을 유발합니다. 그리고 상상하게 만듭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 번역된 이 책의 구성은 A에서부터 Z까지 각 알파벳순으로 질문을 만들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보는 형식입니다. 현대미술과 미술계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일반 대중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책의 목표라고 적혀 있습니다.

저자는 현대적이라는 것의 의미, 미술사는 누구의 이야기인가에 대해 묻고 답합니다. 존재하는 물질로서 작품이 아니라 생각, 아이디어, 개념이 작품인 현대미술의 특징을 설명합니다. 현대미술 작품가격이 이토록 비싼 이유와 갤러리, 미술관의 역할을 알려줍니다. 공공미술, 행위로서의 미술 등 미술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모습을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미술이 사회에서 어떤 일을 해낼 수 있을까를 '도체스터 프로젝트' 등을 통해 고민해 보게 합니다.

흔히 독서의 즐거움을 말합니다. 그런데 과연 독서가 즐겁기만 한 경험일까요? 책을 한 권 다 읽는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특히 내용이 독자의 수준보다 높으면 더욱 그러하고요. 그럼에도 독서의 가치는 완독 후에 오는 기쁨 때문일 것입니다. 힘든 산행, 힘들게 배우는 악기, 힘들게 자세를 반복해야 하는 운동처럼 기쁨은 고통이 동반되는 활동입니다.

미술감상도 마찬가지입니다. 관련 책을 찾아 읽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검색을 통해 개념을 확장하고, 발품을 팔아 전시장을 찾는 과정. 그런 힘든 경험들이 누적, 어느새 고수가 되어 높은 심미안으로 작품을 꿰뚫어 보는 '기쁨'을 만나게 됩니다. 문화를 향유하는 삶을 원하시나요? 미술과 관련된 책을 읽고, 자녀와 함께 지역의 미술관으로 난이도 있는 여가활동에 도전해보시길 추천합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