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준석 대표, 대선후보처럼 정책공약 남발"

한 달여 만에 리더십 도마 위에…'피해 소상공인' 집중 지원 당 입장 뒤집어
與 대표와 전 국민 지원금 합의, 당내 반발 100분 만에 말 바꿔
李 "소상공인 지원 강화 전제"…"여가부·통일부 논란 당력 소모"
"경선 관리 원래 역할 고민해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전날 양당 대표 회동 관련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전날 양당 대표 회동 관련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리더십이 취임 한 달여 만에 도마 위에 올랐다. 당 정강·정책에 반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덜컥 합의했다가 비판이 쇄도하자 이내 번복하는가 하면, 민생과 무관한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론을 주장해 당력을 소모하는 등 제1야당 대표가 어설픈 대선후보처럼 행동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 국민 지급 합의 100분 만에 번복

이 대표는 지난 12일 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찬 회동을 갖고 양당 수석대변인을 통해 "2차 추경을 통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소비 진작을 위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현금 살포'라고 맹비난하며, 대신 피해 소상공인에 집중 지원해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이 같은 입장을 일순 뒤집는 합의에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 지도부는 발칵 뒤집혔다.

이에 이 대표는 곧바로 김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과 국회에서 긴급회의를 갖고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방역지침에 따라 손실을 본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대상과 보상 범위를 넓히고 두텁게 충분히 지원하는 데 먼저 추경 재원을 활용하자는 것"이라며 100여분 전 발표한 합의 내용을 번복했다.

그래도 파장이 걷히지 않자 이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까지 열고 "피해 소상공인을 두텁게 지원하자는 당의 주장이 수용된 것을 전제로,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해명을 이어갔다.

하지만 100여분 만에 뒤집힌 여야 합의를 두고 당 안팎에서 후폭풍이 거세다.

결과적으로 5선 송영길 대표의 '기습 제안' 전략에 말려들었다는 비판부터 원내 지도부와도 소통하지 않는 '불통 리더십'이 그대로 노출됐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전날 양당 대표 회동 관련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전날 양당 대표 회동 관련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 대표가 대선후보처럼 행동한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대선후보처럼 행동한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공정한 경선 관리를 기치로 내걸고 대표에 올랐지만, 스스로가 대선후보처럼 행동하며 정책공약을 잇따라 발표하는 등 당내 집중력을 흐트러트린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론이다. 최근 이 대표는 "여가부는 빈약한 부서를 갖고 캠페인 정도 하는 역할로 전락했다"며 "대선후보가 되실 분은 여가부 폐지 공약은 되도록 제대로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보폭을 맞춰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이 나란히 '여성가족부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를 두고 당장 당내에서부터 젠더 갈등을 조장해선 안 된다는 반발이 터져 나온다. 아울러 유 전 의원과 하 의원과의 정책 연대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던 '유승민계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이 대표가 갑자기 '작은 정부론'을 바탕으로 통일부 폐지까지 주장하고 나선 데 대해서도 반발이 상당하다. 민생과 무관한 정책공약 남발로 당력을 지나치게 소모한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내년 대선에 나설 경쟁력 있는 당 후보를 공정하게 뽑으라고 선출된 당 대표가 오히려 자신이 대선후보처럼 행동하며 당내 화합을 깨트리고 있다"며 "공정한 경선 관리라는 원래 역할로 돌아가 정권교체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이준석 돌풍'을 지지한 당원과 국민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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