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중단 위기에 놓인 한국패션산업연구원(매일신문 7월 6일 자 1면 등) 사태를 계기로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산하 대구경북 섬유분야 전문생산기술연구소(이하 전문연) 통폐합 검토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섬유분야 전문연 통합 목소리는 해당 전문연 안팎에서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됐다. 2019년 6월 당시 섬유분야 전문연 구조개혁연대 회원들은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문연 통합과 정부출연연구기관 전환을 촉구했다.
현재 산업부 산하 14개 전문연 중 섬유분야가 8곳으로 전기전자(3곳), 자동차(1곳), 조선(2곳)에 비해 훨씬 많다. 특히 섬유분야 전문연 가운데 3곳이 대구에, 1곳이 경산(섬유기계융합연구원)에 위치해 통합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업계에선 전문연 간 무한경쟁 구도가 고질적인 패션연 운영난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전문연의 고유영역을 구분하는 벽이 점차 낮아지면서 현재는 거의 모든 기관이 정부 및 지자체 공모사업을 두고 밥그릇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패션연은 '패션'이라는 업종 특성상 기업지원 기능에 비해 연구개발 기능이 약하고, 영세업체가 많아 민간사업을 수주하기도 어렵다.
대구시 기업지원기관 관계자는 "섬유 전문연들이 기관 운영을 위한 사업비 확보 경쟁에만 치중하다보니 정작 설립취지에 부합하는 역할을 하기 어렵다. 전문연 본연의 기능 회복을 위해서도 통합이 시급하다"고 했다.
문제는 기업인 위주로 구성된 각 전문연 이사회가 통합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패션연과 통합방안만 해도 다이텍(한국염색기술연구소)이 강하게 반대한다. 섬유개발연구원은 부분 통합 가능성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각 전문연의 운영 난맥상과 맞닿아 있다. 섬유업계 관계자는 "특정 업계 목소리가 강한 이사회로 인해 기관장이 조직을 장악하기 힘들고 심지어 임기를 못 채우는 사례도 생기는 것"이라며 "전문연 통합 시 업계 간 적절한 견제가 이뤄지면서 상황이 개선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산업부와 대구시가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패션연처럼 운영난을 겪고 있는 기관과 통합하는 일에 누가 쉽게 동의할 수 있겠느냐. 시가 먼저 나서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발을 뺐다.
산업부도 "정부가 통폐합을 주도할 수는 없다. 지자체와 지역 업계에서 전문연 통폐합에 대한 의견을 모은다면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이대로는 안 된다"며 "대구시가 업계와 정부에 휘둘리기만 할 게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통합 목소리를 검토하고, 산업부에 강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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