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가 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유로 2020' 우승컵의 주인공이 됐다. 11일 결승전에서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대회 창설 60년 만에 첫 우승을 노렸지만 끝내 문턱 앞에서 주저앉았다. 1966년 제8회 잉글랜드 월드컵 우승 이후 55년 만에 메이저 대회 우승도 물거품이 됐다.
모처럼 만에 결승전에 진출하자 잉글랜드는 온통 들떴다. 하지만 승부차기로 이태리에 무릎을 꿇자 잉글랜드는 이내 비탄에 잠겼다. 반면 스코틀랜드와 웨일스, 북아일랜드는 이태리의 우승을 축하하며 잔치 분위기다. 오랜 역사적, 정치적 앙금이 빚어내는 묘한 장면이다.
앞서 잉글랜드가 우승하면 12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국민 청원을 비웃기라도 하듯 스코틀랜드 정부는 잉글랜드가 지면 '뱅크 홀리데이'를 약속했다. 뱅크 홀리데이는 뜻깊은 날을 기념하는 '임시 공휴일'로 결승전 다음 날인 12일은 약속대로 '뱅크 홀리데이 먼데이'가 됐다.
잉글랜드가 이렇듯 이웃의 미움을 사게 된 것은 과거 행적 때문이다. 잉글랜드의 탄압과 간섭, 종교·민족 갈등으로 소위 그레이트브리튼은 반목과 대립의 연속이었다. 어두운 역사적 경험이 대대로 전해지면서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의 분노가 축구에까지 스며든 것이다. 10일 자 스코틀랜드 일간지 '더 내셔널' 표지 사진처럼 로베르토 만치니 이태리 대표팀 감독은 영화 '브레이브 하트' 주인공이 된 것이다.
잉글랜드의 EU 탈퇴도 유럽 전체가 잉글랜드에 등 돌린 이유 중 하나다. '유럽이 이태리 편이 된 것은 정의(Justice)'라는 반응과 함께 '(잉글랜드가 패배한) 오늘 밤, 유럽은 편안하게 잠든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게 된 배경이다. 'Football is coming home'(본가에 우승컵을)에 걸었던 기대와 'Football is coming Rome'(로마로 간 우승컵)의 결과가 보여주는 차이다.
우리 주변도 이런 앙금에서 예외가 아니다. 역사 부정과 독도 문제 등 끊임없이 도발하는 일본, 역사·문화 침탈의 마수를 뻗는 중국과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이웃하며 서로 부대끼는 관계일수록 애증이 깊게 마련이지만 자기 잘못을 반성하지 않거나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는 결코 정의가 아니다. 이런 '미운 오리'를 늘 의식하고 경계하는 게 역사의 교훈이자 유로 2020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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