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 오른 시간당 9천160원으로 결정하면서 대구경북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소기업 비율이 99%에 달하는 지역 경영계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이 줄도산할 수 있다며 후속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 노동계는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전임 정부에 못미치는 수준이라며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한계상황 외면…일자리 감소할 것"
경영계는 역대 최악의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기업 경영환경이 극도로 악화돼 이미 한계상황에 내몰린 가운데 5%가 넘는 최저임금 인상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대구상공회의소는 13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코로나19로 인해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현실을 무시한 결정에 대해 지역 경제계는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비판했다.
대구상의는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주52시간 근무제와 같은 노동정책이 기업의 경영애로를 가중시키고 고용시장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기업과 근로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합리적인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마련하고, 경제 전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또한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 2022년도 최저임금 9천160원](https://www.imaeil.com/photos/2021/07/13/2021071316504978674_l.jpg)
정덕화 대구경영자총협회 사무국장도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대다수인 대구는 타격이 더욱 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주52시간제와 휴일확대와 연계돼 기업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고 현실을 무시한 최저임금 인상은 경영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어려우면 업종별 적용이라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강석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중소기업회장 역시 "지역 중소기업 현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영난 극복에 힘썼지만 이제는 한계에 다다른 상태"라고 호소했다.
대구에서 40년간 자동차부품업체를 경영한 A씨는 "주휴수당 등을 모두 포함하면 기업은 최저임금에 더해 40%의 추가 부담이 있다"며 "이런 상황인데도 현실은 무시한 채 최저임금이 정치적으로 결정되니 지역 기업인들 사이에서 '사업 정리해야겠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상공인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내놨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안정화로 사업 활성화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인상돼 그나마 유지하던 고용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상공인들이 빚을 내 연명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이번 인상은 각종 비용 상승, 일자리 감소, 폐업 증가 등 경기 악순환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구 중구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힘든데 또 최저임금이 오른다니 자영업자들은 정말 죽을 맛"이라며 "주휴수당 지급을 피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생도 시간을 나눠 고용하는데, 생계를 위해 '두 탕'을 뛰어야 하는 아르바이트생들도 힘들어한다"고 토로했다.
◆민주노총 "참담한 심정, 하반기 총파업"
노동계 역시 강하게 반발하는 건 마찬가지다. 최저임금을 임기 내 1만원까지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던 현 정권이 마지막까지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은 "문재인 정권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파기되며 노동자에 대한 기만으로 마무리된 셈"이라며 "친노동 정부를 표방한 현 정부가 박근혜 정부 당시의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은 황당한 일"이라고 했다.
실제로□ 현 정부 임기 중 최저임금의 연평균 인상률은 7.2% 정도로, 이는 박근혜 정부 4년간 최저임금의 연평균 인상률(7.4%)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본부장은 "대구의 경우 제조업 기업의 90% 정도가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이고, 대부분이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규모가 큰 사업장은 노조가 설립된 경우가 많아 임금협상을 통해 처우를 개선할 여지라도 있지만, 대구지역의 경우 영세한 곳이 대다수라 노동자가 소외될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결정을 '노동자에 대한 기만'으로 규정하고 올해 하반기 총파업 투쟁을 예고했다.
이 본부장은 "불평등과 양극화가 계속 심화되는 가운데 이번 결정은 노동자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며 "하반기 총파업 투쟁을 예정대로 10월에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저임금위 심의 과정에 끝까지 참여한 한국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결과를 두고 만족스럽지 않지만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정옥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총괄본부장은 "당초 우리가 목표한 1만원 초반대의 금액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며 "최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기에는 부족한 결과라 죄송하다"라고 유감의 뜻을 전했다.
이어 "불만족스러운 결과지만 최근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는 상황에서 투쟁 행위에는 나서지 않기로 했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와 소상공인의 갈등'이라는 프레임을 깨려고 했으나 결과가 좋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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