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BO 정규리그 시계는 잠시 멈췄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심상찮은데다 일부 구단에서 확진자 발생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그 중단의 과정이 석연찮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1970~1994년 사이 샐러리캡 도입을 둘러싸고 선수단 파업으로 인해 4차례의 시즌 중단이 있었다. 그 외에 세계1·2차대전, 한국전쟁 기간에도 경기수가 줄긴했지만 시즌 중단은 없었다.
정규리그 진행은 야구 팬들과의 약속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즌 중단이 갖는 의미의 무게가 무겁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지난해, 메이저리그마저 60경기로 리그를 축소한 가운데 KBO리그도 축소 의견이 제기됐지만 개막을 늦추더라도 팀당 144경기를 진행시켰고 무사히 치러냈다.
여기에 자신감을 얻은 KBO는 올 시즌은 정상 개막과 소수의 관중을 경기장으로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다. 또 비교적 코로나19 확산이 덜한 비수도권 지역에는 수용 관중 70%까지 늘리자고 정부에 요청을 하기도 했을 정도다. 리그 중단 전까지는 말이다.
문제는 올해 개막전 10개 구단이 합의한 '구단 내 확진자가 나와도 자가 격리 대상자를 제외한 대체 선수로 중단 없이 리그를 운영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KBO 코로나 통합 매뉴얼이 무시됐다는 점이다. 게다가 확진자가 발생한 한 구단에 대해서는 방역수칙을 어기고 외부인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마당이다.
올림픽 휴식기가 끼여 고작 팀당 6경기, 총 30경기가 밀렸을 뿐이라지만 시즌 후반기에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KBO가 내린 결정은 자칫 잘못된 선례가 될 수도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팬들은 응원하는 선수들에게 선물 전달은 물론 사인이나 악수, 사진을 요청하지 못했다.
취재진 역시 선수단과 거리를 두고 제한된 상황에서 취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불편을 감수한 것은 혹시나 자신으로 인해 KBO리그 전체에 누를 끼칠까 염려되서다.
KBO는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도 시즌을 무사히 치러낸 것이 자신들의 철저한 방역 수칙 덕분이라는 착각은 벗어야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팀과 선수를 위해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조심히 응원을 해준 팬들 덕분임을 깊이 새겨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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