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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램 'YES' 차량기지는 'NO'…대구 '핌피·님비' 골머리

"서대구로 노선 교통체증 뻔해" 달서구의회 전면 재검토 촉구
기지는 왜 비산동에" 주민 불만…서구청 "민원 없는 곳으로 건의"

홍콩 시내를 달리고 있는 트램 모습. 기사와는 직접적인 연관 없음. 연합뉴스
홍콩 시내를 달리고 있는 트램 모습. 기사와는 직접적인 연관 없음. 연합뉴스

최근 대구의 도시철도 노선과 차량기지를 두고 지역사회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원하는 사업을 유치하려는 '핌피'(PIMFY ; Please In My Front Yard)와 불이익이 우려되는 시설을 거부하는 '님비'(NIMBY ; Not In My Back Yard) 현상이 맞물려 발생하고 있다.

최근 달서구의회는 대구시가 트램(노면전차) 노선을 확정하자 "달서구를 패싱한 서대구로 트램 노선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공정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제3의 기관에서 용역을 재시행해 와룡로와 구마로를 거쳐 대구시 신청사를 연결하는 구간을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말부터 트램 노선을 유치하고자 달서구와 서구는 안간힘을 썼고, 시는 지난달 25일 최종적으로 서구가 주장하는 '서대구KTX역~서대구로~두류역~안지랑역'을 지나는 노선의 경제성이 더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달서구가 주장하는 '공단역~서대구산단~죽전네거리~서부정류장 노선'은 탈락한 것이다.

김태형 달서구의원은 "왕복 10차로의 와룡로와는 달리 서대구로는 왕복 7차로인데, 트램을 설치하게 되면 교통체증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서대구로 노선은 트램이 아닌 지하철 형태로 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트램 노선에 대한 님비 현상도 관측된다. 트램의 차량기지가 서구 비산동 달서천 부근으로 고려되자, 인근 주민들이 소음 등을 이유로 반발에 나선 것이다. 비산동 주민들은 "서대구역사는 평리동, 기지는 왜 비산동이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서구청 관계자는 "아직 시 자체 용역 결과일 뿐이고, 가급적 민원 발생이 없는 곳으로 차량기지에 대한 건의를 할 것"이라고 했다.

차량기지 모습. 매일신문 DB
차량기지 모습. 매일신문 DB

차량기지는 납골당·송전소와 함께 3대 님비 시설물로 꼽힌다. 철로가 큰 면적을 차지하고, 보안을 이유로 주민 접근도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거기다 소음·분진 피해도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월배차량기지를 동구 안심차량기지로 통합 이전하는 방안도 난관에 부닥치고 있다. 동구가 지역구인 안경은 대구시의원은 "안심차량기지 주변에 대구혁신도시 7천여 가구가 있다"며 "통합 이전 결정을 철회하라"고 시에 요구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좋다고 생각된 것은 적극 유치하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된 것은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나온 결과이기 때문에 이를 이해·설득시키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일 것"이라고 했다.

님비·핌피 현상을 지역 이기주의로만 볼 것이 아니라 주민의 권리 의식 향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님비·핌피는 지역 이기주의와 주민 권리가 교차하는 현상"이라며 "협의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적 의사결정이 성장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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