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구미에서 열린 낙동강 통합 물관리 방안 합동 설명회의 가장 큰 소득은 가짜 뉴스 해소였다. 대구와 구미가 해평취수장을 공동 이용하면 상수원 보호 규제가 확대되고, 구미 시민들이 사용할 수량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게 반대 측의 주장이었다.
정부의 용역 결과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규제가 확대되지 않고, 수량에도 문제가 없다고 얘기해도 수긍하지 않는다.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규제가 확대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설명회에 참석한 구미시의회 대구취수원 구미이전반대특별위원회 소속 구미시의원들은 "환경부 장관과 대구시장, 경상북도지사는 자리에서 물러나면 그만이다.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이들에게 세상은 불신지옥이다.
앞서 여러 차례 설득했던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설명회 말미에 참다못해 "말로만 약속하는 게 아니다.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가 의결한 내용이고 서류로 남아 있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구미가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 얘기했다.
그동안 가짜 뉴스를 철석같이 믿어온 참석 주민들이 생각을 바꿀지는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반대 측의 논리가 궁색하다는 건 알게 됐을 것이다.
일부 구미시의원들의 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면식도 없지만 가짜 뉴스의 진원지가 구미시의회라는 의심이 들 정도다.
설명회 전 악수를 청하는 장관에게 "이게 설득회이지 설명회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자가 여러 차례 착석을 부탁했지만 구미시의원들은 막무가내였다. 장관의 인사말조차 하지 못하게 했다.
해평취수장 공동 이용의 문제점에 대해 환경부 장관과 대구시장을 상대로 매섭고 아프게 조목조목 추궁할 수 있었다. 반대 활동을 통해 쌓은 내공을 장관과 단체장, 주민들 앞에서 화려하게 내뿜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속사포 랩을 목에 핏대를 세운 채 쏟아냈고, 남의 얘기를 듣지 않고 끊는 건 예사였다. 얇은 내공을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난장판을 만들려는 것처럼 보였다. 설명회에 참석한 구미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지켜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선동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기도 했다.
참다못한 한 주민이 마이크를 들고 "주민을 위한 설명회이고 토론하는 자리다. 정치인들이 너무 앞에서 얘기한다. 주민들이 얘기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청할 정도였다.
해평취수장 인근이 지역구인 김영식 국민의힘 국회의원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설명회 전날 구자근 국회의원과 함께 낸 공동입장문을 보면 구미시의원들의 주장과 대동소이하다. 설명회에 참석해 환경부 장관의 얘기를 직접 들었으면 상당 부분 오해가 해소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취수원 공동 이용을 대가로 중앙정부에 요청한 구미 지역 사업 규모가 8조원이 넘는다고 했다. 장세용 구미시장은 KTX구미역 신설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한다.
지역 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시대에 지역 발전을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손을 잡는 게 선출직의 운명이다. 경북도지사, 구미시장과 손잡고 중앙정부를 거칠게 몰아치는 게 당장 할 일이다. 자신의 정치 경력을 키우고 지역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오랜 정치부 기자의 경험으로 보면 선수가 높은 국회의원의 공통점이 있다. 자기 소신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는 정치로는 롱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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