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경북 경주 황성동 용황초등학교 남면과 접한 주택가 도로. 기자의 차량이 진입하자 100여m 앞 마주 오던 차량이 그 자리에 멈췄다. 차량 2대가 지나가기 빠듯할 정도로 길이 좁은 탓이다. 맞은편 차는 결국 기자의 차가 지나가고서야 다시 출발했다.
인근 한 주민은 "맞은편에서 화물차가 오면 접촉 사고를 걱정해야 할 정도"라며 "통행량이 많을 때는 양쪽에서 차량이 꼬리를 물고 엉키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했다.
경북 경주시가 용황초교와 인접한 도로 확장에 애를 먹고 있다.
이곳 주민 등에 따르면 이 도로는 주변에 아파트와 단독주택이 밀집해 있어 교통량이 많지만 차로 폭은 4m 정도에 불과해 만성적으로 차량 교행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다. 이런 이유로 주민들은 도로 확장을 꾸준히 요구했다.
경주시도 주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2019년 하반기쯤 도로확장 계획을 세웠다.
길이 150m 구간 차로 폭을 기존 4.2m에서 6m로, 인도 폭은 1.3m에서 2m 정도 넓히는 것으로, 학교 부지를 2.5m 가량 편입시켜야 가능한 사업이다. 다만 부지를 매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부지 소유권은 그대로 두도록 학교 측의 협조를 얻기로 했다.
그러나 도로확장 사업은 2년 넘게 학교 측과 협의가 안 돼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일부 주민은 올해 초 경북도교육청에 도로 확장에 협조해달라는 민원까지 제기했으나 무산됐다.
학교 측은 ▷원활한 소통에 따른 과속차량 증가로 학생 안전 위협 ▷오히려 갓길 불법주차만 늘고 이로 인한 사각지대 발생으로 교통사고 위험 증가 ▷해당 도로와 접한 소운동장 공간이 줄어 교육활동 제한 ▷도로 확장과 관련한 학부모 간 의견 차이로 갈등이 발생할 경우 학교교육 발전 저해 등을 이유로 도로 확장을 반대하고 있다.
최희송 용황초교 교장은 "학교 입장에선 아이들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인데, 확장으로 인한 효과보다는 오히려 불법주차 등으로 인한 사고 위험만 높아질 것"이라며 "이 사안이 선례가 돼 유사한 요구가 빈발한다면 학교 면적이 점점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주시는 20년 전쯤 통학생 안전을 위해 이곳에 인도를 내고 안전펜스를 설치하느라 차로 폭이 좁아졌다는 점을 고려해 학교 측이 도로 확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경주시 관계자는 "아이들 안전을 위한 시설물 설치로 차로 폭이 1.5m 가량 줄면서 발생한 문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도 있을 텐데, 학교 측이 너무 부정적인 측면 만을 강조하면서 반대하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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