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수의 '당신이 궁금합니다'] '서예 퍼포먼스 명인' 리홍재 서예가

"가왕 나훈아와 함께 무대에서 '서예·음악 듀오' 공연 선보이고 싶어요"
국내 최초 한국예총 인증서 받아…지인과 술자리서 영감 떠오르기도
"지금 소장 작품만도 수백억 될 것"…지난해 6월 독도에서 퍼포먼스도

올 초 한국예총으로부터 서예 퍼포먼스 명인 인증서를 받은 53년 서예 외길 율산 리홍재.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올 초 한국예총으로부터 서예 퍼포먼스 명인 인증서를 받은 53년 서예 외길 율산 리홍재.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붓이 아니었다면, 방황하다 죽었을 지 모른다."

율산 리홍재(이하 율산) 서예가는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무궁무진한 예술 세계에서 아직 철부지 장난꾸러기'라고 말하는 그가 올해 4월 (사)한국예총(회장 이범헌)이 주는 한국예술문화명인(서예 퍼포먼스) 인증서를 받았다. 서예 퍼포먼스로는 대한민국 최초이며, 2023년 말 이후에는 입신(入神) 경지인 '그랜드 마스터'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까지 부여받게 된다. 지역 예술계에 낭보를 전한 리홍재 서예가를 13일(화) 오후 그의 작업실인 '도심 명산장'에서 만났다.

한국예총으로 받은 서예 퍼포먼스 명인 인증서. 안성완 기자
한국예총으로 받은 서예 퍼포먼스 명인 인증서. 안성완 기자

◆'그리스인 조르바'를 닮은 영혼

율산은 기인(奇人)이다. 예술혼이 언제 어디서 불타 오를 지 모른다. 술 한잔 얼큰하게 취한 새벽 무렵 주로 대작의 영감이 떠오른다. 때문에 지인들과 즐거운 술자리를 하다가도 언뜻 떠오른 영감을 놓치지 않는다. 그 때가 맘에 드는 작품이 나오는 타이밍이다.

"제가 맘에 들지 않으면, 작품을 주지 않습니다. 어떤 때는 만취해 썼는데, 다음날 아침에 곧장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하지만 그 영감만은 머릿 속에 존재하죠. 다시 마음을 곧추 세워 작품을 완성하곤 합니다."

율산은 마지막 꿈(버킷 리스트)은 가왕(歌王) 나훈아와 함께 무대에 서서 서예 퍼포먼스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훈아가 명곡인 '테스형', '사내', '홍시', '내게 애인이 생겼어요' 등을 부를 때, 옆에서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그 노래의 영혼이 담긴 서예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이다.

율산은 "서예도 아름다운 노래와 다르지 않다. 붓놀림 하나에도 음표와 쉼표가 있고, 아름다운 리듬이 존재한다"며 "그랜드 마스터가 된 후에 나훈아 쪽과 연결이 되다면, 꼭 한번 '서예와 음악의 환상 듀오'로 대한민국 공연계의 새 장을 열고 싶다"고 향후 큰 꿈을 밝혔다.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율산의 소장 대작 '용비'(龍飛) 작품. 안성완 기자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율산의 소장 대작 '용비'(龍飛) 작품. 안성완 기자

◆돈 따라가면 '꽝', 돈 따라오면 '덤'

'작품을 팔아서 100억원은 넘게 벌었느냐'는 다소 직설적인 야수의 질문에 율산은 "100억원 훨씬 더 벌었죠. 처자식 다 먹여 살리고, 아파트도 사고 이렇게 멋진 작업실도 도심에 마련했으니 만족합니다. 지금 소장한 작품만도 수백억 원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후 그는 작업실 후미진 곳에서 금칠 도배를 한 두 작품을 바닥에 펼쳤다. 수십억원을 받아도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한 작품은 '용비'(龍飛), 또다른 작품은 '봉덕'(鳳德). 실제 용이 날고 있는 듯한 기상이 느껴지고, 봉황의 큰 덕이 글 속에 그대로 묻어났다. 큰 글씨 주변에는 디테일하게 살아 움직이는 남성의 정자를 형상화한 '기운 기'(氣) 작은 글들이 빼곡 메우고 있다.

율산의 필체는 전 세계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독특한 역동성이 있다. 그런 이채로움 때문에 타묵 퍼포먼스 역시 대한민국 최고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2019년 9월 독도에서의 서예 퍼포먼스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으며, 올해 초 대구MBC '문화요' 방송에서도 금호강 다산 은행나무 숲에서 25m가 넘는 대형 한지에 "용은 푸른 바다에서 날고 봉은 붉은 산에서 춤을 춘다"는 뜻의 《룡비벽해 봉무단산 龍飛碧海 鳳舞丹山》 여덟 글자를 열정과 기운이 가득찬 타묵 퍼포먼스로 선보였다.

우리 전통 씨름 중계를 보다보면 TV화면 한켠에서 율산의 힘찬 두 글자 '씨름'을 볼 수 있다. 작품 속에 씨름의 전통 혼이 담겨있다. 그는 씨름이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된 그 해에 대한씨름협회에 멋진 작품을 현장에서 선사했다. 더불어 전국 곳곳의 유명 사찰이나 광역 및 기초 지자체에 율산의 작품 또는 비석을 볼 수 있다.

율산은 남은 인생에 대해 말한다. "아직 배 고프고, 갈 길은 멉니다. 내 영혼 속에는 무궁무진한 창의성과 잠재력이 있습니다. 99세에 '백수전'(白壽展) 기대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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