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임진식 씨 부친 故 임홍순 씨

아버지 떠난 이듬해 어머니는 요양병원에 들어가셨습니다
모시지 못해 죄송…살아계서 감사하고 행복할 따름입니다

임진식 씨 부친 생전 모습. 가족제공.
임진식 씨 부친 생전 모습. 가족제공.

그리운 아버지, 보고푼 어머니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누구나 그리운 부모님은 계신다. '사무치게 그립다'는 표현이 있다. 살면서 관계가 좋았던 사람은 추억에 늘 그리운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원망이 커지면 미움이 그리움으로 사랑으로 변해간다. 주변에 부모님이 남겨놓은 재산 때문에 부모님은 원망의 대상으로 형제자매는 남남으로 변해버린 가족이 있다.

아버지는 2012년 여름에 돌아가셨다. 그 후 어머니는 '혼자 산다는 것에 적응하지 못하시고 2013년 봄, 요양병원에 들어가셨다. 그래서 글 서두에 돌아가신 아버님은 '그리운 아버지'로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는 '보고푼 어머니'로 시작했다.

코로나 19로 2020년 2월 말부터 2021년 6월 말 현재까지 자유롭게 면회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장 보고 싶은 어머니다. 장손에 장남인 나는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원망스럽고 미웠다. 매년 조상 벌초에 제사를 맡아 한 까닭인 것 같다. 요즘 끼니때가 되면 어머님이 생각나고 혼자 식사를 하시는 모습과 종일 외롭고 쓸쓸하게 지내실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고독하고 무슨 생각을 하실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다'고 한다.

처음 요양병원에 가신다고 하실 때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못한 불효를 용서받지 못할 것 같다. 돌이켜보면 아무리 현실이 그렇다 해도 인간처럼 모시고 살았어야 했다. 우리 집은 큰아들인 내가 조상의 제사를 모시고 벌초를 하는 것을 당연시 여겼다. 재산은 4남매가 똑같이 나누었다. 아버님이 돌아가시면 달리 큰아들에게 주어진 역할(임무)이 없었기 때문이다. 세월이 지나고 지금은 아버지가 너무 그립다. 그것도 볼 수만 있다면 많이 보고 싶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어머니께 잘해드리고 싶어서 면회도 자주 다녔고 전화가 자정이 훨씬 지난 새벽 시간대에 벨이 울려 깜짝 놀라 받은 적도 많다. 살아계신 자체가 감사하고 행복할 따름이다.

요즘 전화가 뜸해서 간호사실로 전화해보면 기력이 약해져서 종일 잠만 주무신다고 한다. 그래도 살아계신 것에 정말 감사하다. 비록 엉성하고 앙상한 엄마의 모습이지만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어서 정말 좋다. 군 복무 시절엔 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고였다. 지금도 60대가 넘은 나이에 '엄마' 하면 마음이 울컥해진다. 어머님이 돌아가시면 아버님이 안 계시기에 고아 아닌 고아가 되기 때문이다.

TV에서 천국이나 지옥에 계셔도 자식들이 돌아가신 분을 위해서 열심히 기도하면 좋은 위치에서 편하게 지낸다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영웅이나 위인들은 후세 사람들이 오랫동안 기억하고 추모해주기 주기 때문에 사랑받아 더 잘 지내고 계시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도 부모님을 위해서 사랑의 기도를 열심히 자주 드리고 싶다. 아버님 기일이면 성경책을 펴놓고 기도를 드렸는데 최근에는 아버지가 평소 좋아하던 음식을 차려놓고 고개만 숙이며 기도하기보다는 아버님이 웃는 모습으로 반기며 좋아하실 것 같아서 넙죽 엎드려 큰절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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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관 연재물 페이지 : http://naver.me/5Hvc7n3P

▷이메일: tong@imaeil.com

▷사연 신청 주소: http://a.imaeil.com/ev3/Thememory/longletter.html

▷전화: 053-251-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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