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폭행 가해자 오빠와 함께 살아…극단적 선택 여러번" 청원 이틀만 20만명

강제추행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강제추행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친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지만 여전히 가해자인 오빠와 함께 살고 있다며 사건을 공론화해달라는 10대 소녀의 호소가 담긴 청와대 국민청원이 게시 이틀만에 2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성폭행 피해자인 제가 가해자와 동거 중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초등학교 무렵부터 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한 후 성폭행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한 글쓴이 A(19) 씨는 "저희 집은 어릴 적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고 그래서 저와 오빠는 다른 남매보다 친하게 지냈고 스킨십이 많았다"며 "어느날 오빠의 손이 가슴으로 올라왔는데 그게 첫번째 추행이었고 그 뒤로도 수십번 추행을 당했고 추행이 성폭행으로 바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빠는 피임도구를 쓰지 않았고 오빠를 피하면 제 방으로 따라 들어왔지만 방문 손잡이도 없어 문을 잠그지도 못했다"며 성폭행 피해 내용을 자세히 서술했다.

이어 그는 "저는 재작년 여름에 신고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그럼에도 청원글을 쓰는 이유는 수사가 진행되고 검찰로 넘어가도 오빠는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올 2월에는 또 추행이 있었고 전 화를 냈지만 부모님은 오히려 저를 꾸짖으셨다"며 "제가 손목을 그었고, 그 후 정신과 입원을 했지만 저는 여전히 오빠와 같이 살고 있다. 이런 상황이 견딜 수 없어 2월말 또 자살기도를 했으나 실패했다"고 털어놨다.

A씨의 부모는 정신병원 퇴원 조건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내세웠고, 결국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A씨는 전했다.

A씨에 따르면 부모는 현재 가해자인 오빠를 위해 사설 변호사를 여럿 선임하여 재판을 준비 중이며, A씨는 국선 변호사와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끝으로 "더 이상 남매가 아닌 '피해자'와 '가해자'가 되었음에도 살가움을 요구하는 부모님 밑에서 벗어날 수는 없나"라며 "이 사건이 공론화가 되지 않으면 처참하게 가정으로 다시 돌아가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살아야 하기에 마지막 시도로 청원을 올린다"고 호소했다.

이 청원은 게시 이틀만인 15일 오후 9시 20분 현재 20만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국민청원의 답변 기준은 20만명이다.

현재 A씨의 친오빠 B씨는 현재 서울서부지법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다음은 청와대 국민청원 글 전문.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한 '집'에 살고있는 19살 학교 밖 청소년입니다.
저는 위에서 '집' 이라는 단어를 강조했습니다. 현재 저는 '집'에 있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친 오빠에게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 저희 집이 리모델링 공사를 할 때 부터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그 성추행은 점점 이어지고 대담 해져서 성폭행이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께선 초등학교 고학년인데 왜 거절을 못하였나?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그걸 설명하기 위해선 저희 집 배경을 설명드려야할 것 같습니다. 저희 집은 어릴 적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고 그래서 저와 오빠는 다른 남매보다 친하게 지냈습니다. 어렸던 저를 정서적으로 키워준 것은 부모님이 아닌 오빠였으니까요. 그래서 서로 껴안는 등의 스킨십이 많았습니다. 공사를 하고 있을 때 저희는 한 방에서 같이 잠을 자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 저는 잠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당시 전 오빠와 등을 돌리고 자고 있었지만 오빠는 뒤에서 절 감싸 안고 있었습니다. 그런 일은 자주 있었기에 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잠을 청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오빠의 손이 제 가슴 위로 올라왔습니다. 그 때 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오빠가 갑자기 왜그러는걸까 , 실수로 만졌겠지. 내가 여기서 뿌리치거나 화를내면 오빠랑 어색해지려나' 등 여러 생각들을 했고, 결국 저는 조용히 계속 자는 척 행동했습니다. 그게 제가 기억하는 첫번째 추행입니다. 그 뒤로도 수십 번 오빠로 부터 추행을 당해왔습니다. 그 뒤 어떻게 추행이 폭행으로 바뀐 건지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그저 제가 기억하는 것은 저희 오빠와 제 관계에선 한번도 콘돔 등의 피임도구를 쓰지 않았습니다. 또한 오빠와 같은 공간에 머무르게 되어 오빠와 있던 일이 떠올라 불편해서 방으로 피하고 들어갈 때면 오빠는 계속 제 방으로 따라 들어왔습니다. 방 문을 잠그고 싶었지만 저는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방 문을 잠그고 있는걸 좋아하지 않으셔서 방 문 손잡이가 없던 상태였으니까요. (내용 일부 생략)

저는 제 작년 여름에 신고해서 현재 재판 진행중입니다. 재판이 진행 중임에도 제가 이렇게 청원 글을 쓰는 이유는 수사가 진행중이고, 검찰로 넘어간 상황에서도 오빠는 전혀 반성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올해 2월에도 오빠로부터 추행이 있었고 전 화를 냈지만 부모님은 오히려 저를 꾸짖으셨습니다. 답답한 제가 손목을 긋자 '주양육자' 이신 아빠가 제 뺨을 두차례 내리치셨습니다. 그 후 저는 정신과 입원을 했고 오빠와 접근금지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오빠와 같이 살고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견딜 수 없던 저는 2월 말 자살기도를 했으며 실패했고 또 다시 정신과에 입원을 했지만 미성년자이기에 퇴원을 하려면 부모님의 동의가 필요했습니다. 아빠는 제게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퇴원 조건으로 내세우셨습니다. 그렇게 전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오빠는 가끔 제가 가진 스트레스를 알면서도 그걸 건드리곤 합니다. 아빠에게 오빠의 그런 점이 싫다고 말씀드린적이 한 번 있는데 돌아온 답은 "네가 오빠한테 살갑게 대하지 않아서 그렇다. 오빠 한번 안아주고 그래라." 였습니다. 부모님은 현재 가해자인 오빠 편에 서서 사설 변호사를 여럿 선임하여 재판을 준비 중이며, 전 국선 변호사 한 분과 재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걸까요. 또한, 저는 아직 미성년자이기에 중요한 사안은 부모님에게 연락이 보내지고 있습니다. 접근금지 신청이 되었지만 저는 왜 집에서 나가지 못하는 것이며, 나가면 어디로 가야할까요.
더 이상 남매가 아닌 '피해자'와 '가해자'가 되었음에도 살가움을 요구하는 부모님 밑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걸까요? 이 사건이 공론화가 되지 않으면 처참하게 가정으로 다시 돌아가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살아 나가야하기에 마지막 시도라고 생각하고 청원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께 공유가 되어 사건이 널리 퍼질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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