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의 한 안과에서 연락이 왔다. 노안, 백내장 컨셉으로 광고를 해달라는 의뢰였다. 최근 안과에서 오는 대부분의 의뢰가 이러하다. 라식, 라섹의 유행은 이미 지나갔다. 그리고 우리는 100세 시대를 향해 살아가고 있다. 자연스럽게 노안, 백내장이 수익되는 요즘일 것이다.
여기서 큰 괴리감이 생긴다. 안과는 노안, 백내장을 말하고 싶겠지만 사람들은 그 단어를 듣기 싫어한다. 광고판에서 노안, 백내장이라는 단어만 봐도 '이거 안과 광고구먼!'이라며 사정없이 고개를 돌릴 것이 뻔했다.
'뭐라고 말해야 사람들이 좋아할까?'. 광고는 이 고민으로부터 시작된다. 소비자를 내 여자친구인 것처럼 대하면 광고 카피는 써진다. "노안, 백내장 수술받으러 와" 아무리 영혼을 담아 달콤하게 말해도 상대가 달아날 것 같다.
이럴 때는 관점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노안, 백내장이라는 구체적인 병명을 버리고 더 큰 가치에 대해서 말하면 된다. 예를 들어, 안과는 눈을 고치는 병원이다. 여기서 눈이라는 단어에 포커스를 두면 관점 자체가 달라진다. '첫눈 오는 날'이라는 문장은 우리를 언제나 감성에 젖게 한다.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사귀자' 등등 첫눈이 주는 황홀함이 있다. 하지만 이미 영화, 드라마에서 너무 많이 써먹어 왠지 이 카피를 쓰기는 싫었다.
그러다 '두 번째 눈'이라는 글이 떠올랐다. 첫눈은 이미 우리가 태어날 때 신에게 선물 받지 않았는가. 그리고 안과를 찾는 사람은 그 첫눈이 문제가 생겨서 왔을 것이다. 그러니 '두 번째 눈 오는 날 뵙겠습니다'라고 쓰니 의미가 금방 통했다. 결국 '우리 안과에 오시면 두 번째 눈을 선물 받습니다'라는 표현을 비틀어 한 것이다. 광고 카피 속 '눈'이 내리는 눈인지 신체의 눈인지는 읽는 사람의 몫이기에 더 재미있었다. 자연스럽게 노안, 백내장이라는 단어는 뒤로 미룰 수 있었다.

'어떻게 하면 광고처럼 보이지 않을까?'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광고인 줄 아는 순간 사람들은 자신의 지갑을 지키기 위해 눈을 돌려 버린다. 광고가 아니라 우리 삶의 일부여야 한다. 광고가 아니라 우리 실생활의 이야기여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어 볼 법한 이야기여야 한다.
어려운 단어를 쓰는 순간 상대는 달아나 버린다. 쉬운 말을 해야 상대방은 귀를 연다. 거기에 사랑과 관심이 담겨 있으면 마음조차 연다. 당신의 언어가 곧 마케팅이자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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