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이건희 미술관(이건희 기증관) 건립 후보지를 서울 2곳(용산·송현동)으로 압축하면서 4대 원칙을 바탕으로 부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4대 원칙이 합리적 근거에 의해 마련된 것인지, 또 이 원칙들이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희망한 40개 지자체에 공정하게 적용됐는지 의문이다.
4대 원칙 중 2개 원칙, 즉 '문화적·산업적 가치 창출'과 '문화적 융·복합성에 기초한 창의성' 측면에서 볼 때 이건희 미술관이 서울에 있어야 더 큰 가치를 구현한다고 볼 근거가 없다. 한 예로 대구가 가진 이건희 스토리와 삼성 스토리가 이건희 미술관과 융·복합할 경우 문화적 산업적 가치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공모를 통해 그런 점을 검토해보지도 않고, 무슨 근거로 서울이 더 낫다고 단정하나?
나머지 2개 원칙, '국민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접근성)' '전문 인력 및 국내외 박물관과의 협력 확장성' 원칙은 이건희 미술관을 서울에 짓기 위한 꼼수이자 현실 안주에 불과하다. 현재 접근성, 현재 능력만 따지자면 모든 문화시설은 서울에 가야 한다. 문화시설 뿐만 아니다. 하지만 현재 조건에 안주하고 도전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는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다.
1968년 초, 경부고속도로 건설 착공을 앞두고 당시 야당 측 인사들은 "달릴 자동차가 없는데, 도로를 닦아서 뭘 할 거냐?"며 반발했다. 그들은 도로가 있어야 자동차가 늘어나고, 자동차가 늘어나야 도로가 확장된다는 걸 생각하지 않았다. 현재 상태, 즉 '자동차도 도로도 없는 상태'만 생각했다. 이건희 미술관 건립 후보지를 평가하는 문체부의 시야가 딱 그 수준이다.
이건희 미술관 건립은 구멍가게 하나를 새로 내는 작업이 아니다. 미술 또는 문화재 분야에 한정된 사업도 아니다. 어느 도시에 건립하느냐에 따라 한 도시를 새롭게 태어나게 할 수도 있을 만큼 잠재력이 큰 산업이고, 국가 차원의 도전이다. 이건희 미술관과 합쳐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도시에 미술관을 건립해야 한다. 서울 후보지를 철회하고, 공모를 통해 최적의 도시를 선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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