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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성폭행한 친오빠와 한집에 산다" 피해자 호소…여가부 "신속 지원할 것"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세계잼버리 정부지원위원회 위촉위원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세계잼버리 정부지원위원회 위촉위원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가족부는 성폭행 가해자와 한집에 살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한 국민청원을 올린 10대 소녀에 대해 "하루 빨리 회복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여가부는 16일 오후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하고 "피해 청소년의 의사를 신속히 확인해 성폭력피해자 보호시설 입소, 심리상담, 의료·법률지원 등의 서비스를 지원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성폭행 피해자인 제가 가해자와 동거 중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오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초등학교 무렵부터 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한 후 성폭행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한 글쓴이 A(19) 씨는 "저희 집은 어릴 적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고 그래서 저와 오빠는 다른 남매보다 친하게 지냈고 스킨십이 많았다"며 "어느날 오빠의 손이 가슴으로 올라왔는데 그게 첫번째 추행이었고 그 뒤로도 수십번 추행을 당했고 추행이 성폭행으로 바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빠는 피임도구를 쓰지 않았고 오빠를 피하면 제 방으로 따라 들어왔지만 방문 손잡이도 없어 문을 잠그지도 못했다"며 성폭행 피해 내용을 자세히 서술했다.

이어 그는 "저는 재작년 여름에 신고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그럼에도 청원글을 쓰는 이유는 수사가 진행되고 검찰로 넘어가도 오빠는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올 2월에는 또 추행이 있었고 전 화를 냈지만 부모님은 오히려 저를 꾸짖으셨다"며 "제가 손목을 그었고, 그 후 정신과 입원을 했지만 저는 여전히 오빠와 같이 살고 있다. 이런 상황이 견딜 수 없어 2월말 또 자살기도를 했으나 실패했다"고 털어놨다.

A씨의 부모는 정신병원 퇴원 조건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내세웠고, 결국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A씨는 전했다.

A씨에 따르면 부모는 현재 가해자인 오빠를 위해 사설 변호사를 여럿 선임하여 재판을 준비 중이며, A씨는 국선 변호사와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끝으로 "더 이상 남매가 아닌 '피해자'와 '가해자'가 되었음에도 살가움을 요구하는 부모님 밑에서 벗어날 수는 없나"라며 "이 사건이 공론화가 되지 않으면 처참하게 가정으로 다시 돌아가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살아야 하기에 마지막 시도로 청원을 올린다"고 호소했다.

이 청원은 게시 사흘만인 16일 오후 2시 기준 22만4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국민청원의 답변 기준은 20만명이다.

현재 A씨의 친오빠 B씨는 현재 서울서부지법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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