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세대교체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최근 달성군의 한 코로나19 예방 백신 센터에서 예진의사로 하루 동안 근무를 했다. 당일 400여 명이 예약돼 있었는데 대부분 60~80대 어르신들로 폭우가 오는 중에도 힘든 몸을 이끌고 오셔서 자신과 가족,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백신을 맞으셨다. 초기에는 백신에 대한 불안감으로 당일 취소하거나 나타나지 않는 '노쇼'도 많았으나 최근에는 대부분 적극적으로 참여해 그날도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오셔서 조기에 접종을 마감할 수 있었다.

특히 근무하는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행정직원들의 업무 능력이 뛰어나 백신 수급만 잘 된다면 빠른 시간내에 많은 국민들이 백신을 맞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처럼 코로나 대유행이 반복되는 상황에는 백신 접종이 그나마 코로나 대유행을 잠재우는 유일한 방법이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당마다 후보들의 정책비젼을 국민들에게 발표하고 있다. 매번 대통령 선거마다 독재타도, 가난탈출, 경제성장, 민주화 등 그 시대의 시대정신이 있었다. 내년 대통령 선거는 20~30대가 적극적으로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정치권의 '세대교체'가 중요한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 근대사에서 세대교체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는 한국과 일본의 나라의 운명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19세기 중 후반 10년 시차를 두고 조선의 박규수와 일본의 요시다 쇼인이 20대 진보적 신세대 주역들을 가르쳤다. 요시다 제자들은 서구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드릴 수 있는 정부의 고급관료로 성장해 일본을 근대화로 이끌었고, 박규수 제자들은 중앙 정계 진출에 실패해 조선의 근대화 꿈을 놓쳤다. 결과는 너무나 참혹했다.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가 돼 기나긴 암흑기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대한민국 정통성과 관련된 역사 논쟁도 주요 이슈가 될 것 같다. 1948년 대한민국 건국 이후 전쟁과 낙후된 산업기반으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신생국이었던 우리나라는 한 세기도 지나기 전에 선진국 반열로 우뚝 섰다. 건국 후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한 부모님과 선배 세대의 헌신을 우리는 기리고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 일부 정치인과 지식인은 아직도 해묵은 학생운동 시대의 반일, 반미, 자주 등 이념에 매몰된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강제징용 배상문제,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관계를 지금과 같이 해결책 없는 끝없는 악순환에서 벗어나 당당히 일본과 동반자적 경쟁자로 미래로 나가야 한다.

현재 한일 양국은 모두 식민지 시대를 경험하지 않은 전후세대들이 인구구성 상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사회의 중추세력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원천적인 멍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전세대에 비해 개방적이다. 한국의 경우 대일관을 세대별로 보면 식민지 체험세대는 피해의식이 강하고 반일교육을 받고 자란 장년층의 경우 반일의식이 더 강한 반면, 청년층은 열등감이나 피해의식이 없으며 유연하고 진취적이다.

세대교체 성공 여부가 나라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혁신적 사고를 가진 능력있는 젊은이들이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방된 사회 구조가 필요하다.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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