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저 다른 무엇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간단하게 그리고 평범하게 중얼거릴 뿐입니다."(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의 일부)
나무 마룻바닥 위 앤틱풍의 가구와 서가를 노란색 조명등이 포근하게 감싸 비춘다. 클래식 음악으로 단정지을 수 없는 안락한 음색이 주변을 맴돈다. 책에 인쇄된 글자들도 음색에 실려 향을 내뿜는다.
대구 수성구 신매동에 2016년 7월 문을 연 인문학책방 '읽다익다'는 올해로 만 5년이 된, 대구지역 동네책방 중에서는 중견급 동네책방이다. 오래된 만큼 프로그램 숫자도 많았다. '새벽북클럽', '온라인 1일 1글 쓰기', '화요·수요·금요독서회', '청소년·어린이·엄마 인문학', '명상과 낭독', '그림모임' 등이다.
서가에서는 헤르만 헤세 코너가 따로 있는 게 이채로웠는데 책방지기 오은아 씨는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모조리 들여다보게 했다. 소통이 안 되던 지점들이 적확하게 이해됐다. '데미안', '싯다르타', '유리알 유희' 등을 보며 지금의 내 마음을 이미 100년 전 헤세가 설명해놓았다는 걸 느꼈다"고 풀이해줬다.

책방의 시작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거창한 신념에서 비롯된 게 아니었다. 오 씨가 살기 위한 일생일대의 모험이었다고 했다. 쪼그라든 자존감, 잃어가는 존재감을 심각하게 마주한 뒤 내린 결정이었다. 먹고 사는 밥줄의 의미가 아닌 다른 의미에서 '생존형 책방'이었다.
"아이가 자는 동안, 빨래가 돌아가는 동안 주방 한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책을 읽었어요. 심심해서 읽은 책이 아니었어요. 삶의 대반전을 이뤄낼 만큼 치열한 독서여야 했어요."
내가 살아난 방식으로 타인도 살리는 꿈을 펼쳐보기로 한 책방에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더라고 했다. 지치고 힘든 삶을 한줌씩 들고 왔다. 그들은 책을 매개로 지난날들을 복기해나가기 시작했다.
이곳의 프로그램들이 "자신을 표현하라"는 한 문장으로 수렴하는 듯 보인 이유였다. 오 씨는 이를 "자신이 누군가를 충분히 아는 과정을 함께 공부하는 장"이라고 설명했다. 내면으로 파고드는 유아론적 의미가 아닌 통찰 있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기르고자 책을 매개로 공부한다는 것, 이게 '읽다익다'의 정체성이라고 했다.
현재도 이들은 특이한 실험을 진행중이었다. '힐링 뮤지컬 챌린지'라는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을 공동기획한 이희주 씨는 "춤추고 노래하는 건 가수나 댄서만 하는 게 아니다. 오디션을 봐야하는 것도 아니다. 하고 싶은 욕구만 있다면 해 나가는 과정에서 인식이 바뀌고 보는 눈이 넓어진다"고 했다.
작품성에 초점을 두는 게 아니었다. 자아 찾기 프로젝트였다. 놀이처럼 하면서 셀프 상담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이들이 하고 있는 '명상과 낭독', '그림 모임'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개성있는 프로그램은 동네책방을 시작하려는 이들의 벤치마킹 사례가 됐다. 동네책방을 열려는 이들이 반드시 들르는 곳으로 각인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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