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달로 가는 남자 

달로 가는 남자 / 박방희 지음 / 청동거울 펴냄

달로 가는 남자 / 박방희 지음 / 청동거울 펴냄
'대한민국 야간관광 100선'에 오른 대구 동구 아양기찻길 위로 '슈퍼문'이 떠오르고 있다. 매일신문DB
달로 가는 남자 / 박방희 지음 / 청동거울 펴냄

동시, 동화 등 아동문학을 비롯해 수필, 시까지 문학의 무한대 영역을 확장해온 박방희 작가가 첫 소설집 '달로 가는 남자'를 묶어냈다. 원고지 15장 안팎의 손바닥 소설 11편과 단편소설 5편으로 구성했다.

2001년 스포츠투데이 신춘문예 추리소설 부문에서 '서 있는 여자'로 소설가로서의 능력도 일찍이 입증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소설집에 실린 소설 대부분은 그의 유년기와 주변의 구설들을 소재로 삼았다. 읽다 보면 논픽션에 가깝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과거 가난과 사상의 대립이 극한을 달리던 시절의 풍경들이 작가의 시적인 서정성에 감겨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자연스레 부재와 고립 등 결핍을 풀어내는 전개가 먹먹하게 다가오면 경험담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자세히 쓸 수 있을까 싶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작가가 유독 천착하는 것처럼 보이는 소재는 집안의 든든한 대들보인 '누군가의 부재'다. 전쟁 중에 종적을 감춘 남편을 기다리는 어머니도(다락 속의 아버지), 빨치산이 된 아들을 기다리는 노인도(신작로), 밤에 자지 않고 있다가 아버지를 만나, 아버지가 빨갱이가 아니라는 대답을 꼭 듣고 싶었던 아들도(손님) 모두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수배자가 된 아버지를 기다리는 가족과 아버지의 그리움이 교차하는 작품 '아버지는 더 이상 집에 오지 않는다'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기다림의 심정을 애달프고 구슬프게 써내려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독자는 본능처럼 행간의 심리를 알아챈다.

실제로 작가는 서슬 퍼런 1980년대 공안정국 시절, 40대이던 자신의 도피 생활과 고초를 겪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전작 시집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는 탈출구가 없어 보이는 심리 묘사가 더욱 상세히 묘사돼 있다.

작가는 "6.25전쟁 때 좌우대립이 치열했던 고향 성주의 이야기에서부터 옆집 가까운 친인척들이 행방불명되고 연좌제에 걸린 이야기, 형수가 직접 겪은 이야기 등을 서사 형식에 맞춰 다시 썼다"고 밝혔다.

박덕규 평론가는 "소설이 자랑하는 스토리와 극적 구성 면에서 한 편 한 편 완결미를 보이면서 또한 그 작은 픽션들이 서로 묘한 고리를 이루어 전체적으로는 장편소설을 제공하는 듯하다"며 "운문 영역에서 다져온 시적이자 환상적인 문체, 아동을 대상으로 한 오랜 창작 이력에서 절로 뿜어 나오는 우화적이자 동화적인 서사성 등으로 우리 소설에서 흔하지 않은 세계까지 확보했다"고 평했다. 232쪽, 1만2천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