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바다 보는 순간, 코로나는 딴 세상 얘기? "NO 마스크 물놀이, 음주…"

16일부터 경북 동해안 해수욕장 일제 개장
물놀이 때 마스크는 그저 장식품…야간 방역 단속 사실상 어려워

17일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에서 대부분의 피서객들이 마스크를 벗어둔 채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배형욱 기자
17일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에서 대부분의 피서객들이 마스크를 벗어둔 채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배형욱 기자

17일 오후 5시 경북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들이 흠뻑 젖은 마스크를 턱 밑까지 내리고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어린 아이들은 마스크가 멀리 떠내려가도 신나는 물놀이에 정신이 없다. 이런 상황인데도 제재하는 인력은 보이지 않았다.

어수선한 분위기는 어두운 저녁이 되자 더 심해졌다. 일부 커플은 무단출입을 막기 위해 쳐놓은 금줄을 타넘고 백사장에 들어섰고, 자정이 가까워지도록 백사장에서 폭죽을 터뜨리며 시끄러운 대화를 나눴다.

포항시는 다음달 22일까지 6개 지정해수욕장 모두에 야간 음주 및 취식행위 금지 등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방역 사각 시간대인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방역관리요원 23명을 추가 고용해 음주·취식행위와 더불어 백사장 무단 출입 등을 관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야간에 이같은 방역조치가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 방역요원은 "너른 백사장을 계속 돌아다니며 마스크 착용 등 거리두기 안내를 하지만 물놀이 특성상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그나마 낮 시간대에는 안심밴드를 보고 무단출입 여부를 판단할 수 있지만, 밤이 되면 손목도 잘 보이지 않고, 나무그늘 밑에서 몰래 음주를 하면 찾을 방법도 없다"고 토로했다.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해변에서 피서객들이 저녁 늦게까지 폭죽을 터뜨리거나 백사장을 산책하고 있다. 상당 수가 마스크를 쓰지 않았으며, 무단출입 금지 펜스를 넘어 백사장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신동우 기자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해변에서 피서객들이 저녁 늦게까지 폭죽을 터뜨리거나 백사장을 산책하고 있다. 상당 수가 마스크를 쓰지 않았으며, 무단출입 금지 펜스를 넘어 백사장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신동우 기자

경북 동해안 해수욕장이 지난 9일 개장한 포항을 시작으로 16일 일제히 문을 열었다. 수도권지역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화되면서 비교적 안전한 경북 동해안으로 피서객이 몰리는 '풍선효과'는 아직까지 일어나지 않았지만, 지자체마다 방역 고삐를 죄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개장 첫 날인 16일 오후 4시 경주 오류고아라해변에는 주차장 입구에 발열 검사소가 자리 잡았다. 이날 오후 4시까지 입장객은 170여 명. 대다수 방문객은 해수욕을 즐기기보다 그늘막 아래에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해변을 산책했다. 이날 영덕지역 6개 해수욕장 역시 일제히 개장했지만, 그리 많은 피서객이 몰리지는 않았다.

영덕군에 따르면 경북 동해안 지역에서 가장 긴 해변을 자랑하는 고래불해수욕장의 경우 개장 이틀 동안(16·17일) 각각 65명과 862명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0% 가량 줄어든 수치이다.

울진지역 7개 지정해수욕장도 한산한 분위기로 개장 첫 날을 맞았다. 대부분 피서객들은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의 지시에 적극 따랐지만, 입장 이후에는 피서객들의 동선이 워낙 넓어 이들을 일일이 관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A(43·경북 영주시) 씨는 "방역에 당연히 동참해야 하는데, 해수욕장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으려니 너무 불편하고 피서 온 기분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울진군 관계자는 "만에 하나라도 자신도 모르는 상태에서 감염된 사람이 해수욕장을 돌아다닐 경우 접촉자를 가려내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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