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도축하지 않고 실험실에서 고기를 길러내는 기술이 지역에서 싹트고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학생창업기업인 '씨위드'는 해조류 기반의 배양육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육류의 대체 식품으로 각광받는 배양육은 말 그대로 동물의 세포를 배양해 만든 '인공 고기'다. 동물의 근육세포를 실제 고기와 유사한 형태의 세포 구조체(세포가 자랄 때 필요한 지지공간) 속에 넣은 뒤, 배양액을 투여해 길러내는 방식이다.
국내에서 배양육 관련 연구·개발은 이제 막 태동하는 단계이지만, 씨위드는 해조류 공학기술을 접목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해조류 기반의 세포 구조체와 해양미세조류인 '스피룰리나'를 활용한 배양액을 연이어 개발했다.
이들의 기술력이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그간 배양육 상용화의 한계로 지목되는 부분인 낮은 가격 경쟁력을 해결할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비용적 한계는 생산단가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배양액과 관련이 있다. 기존 실험실에서 사용되는 배양액은 대부분 '소 태아 혈청(FBS)'을 사용해 만든다. FBS는 많은 영양분과 성장인자를 가지고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생산량이 제한적이고 가격도 비싸다는 문제가 있었다.
씨위드가 개발한 해양미세조류 기반 배양액은 이런 문제를 획기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 기존 배양육 대비 FBS 사용량을 90% 가까이 줄여 비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소의 희생도 줄일 수 있어 훨씬 윤리적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희재 씨위드 대표는 "미세조류는 70% 이상의 단백질 함량과 풍부한 영양분을 함유하며 대량으로 키우기가 쉽기 때문에 매우 저렴하게 생산이 가능하다"며 "우리 기술은 기존 배양액의 단가를 1/600 수준까지 낮출 수 있어 상용화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씨위드는 올해 상반기에 해조류 공학 기반 배양육 브랜드인 '웰던'을 출시해 배양육의 식품화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비공개 시식회를 통해 한우 근육세포로 만든 배양육의 맛을 알리기도 했다.
이 대표는 "시식회를 통해 우리 배양육이 상당히 고기와 유사한 맛과 향이 난다는 것을 알릴 수 있었다"며 "배양 과정에서 해조류의 불필요한 성분들은 모두 제거되기 때문에 고기의 맛만 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적인 생산시설도 갖췄다. 지난해 경기도 수원시에 도심 배양육 생산 농장 '더 팜'을 개소한 씨위드는 배양육 브랜드 '웰던'에 쓰일 배양육을 생산하는 중이다. 배양 시설과 보관 시설을 갖춘 더 팜은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배양육을 빠르게 공급하는 거점으로서의 역할도 맡는다.
씨위드는 현재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2년 내 배양육에 대한 식품 허가를 받아 시장에 선보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후 2025년부터는 연간 2t 이상의 배양육을 생산·공급할 방침이다.
최근 전통적 육류 생산방식이 사육에 따른 환경오염, 동물윤리 등 여러 도전에 직면한 가운데, 배양육 분야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는 씨위드의 전망은 밝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인간이 안정적으로 고기를 공급받기 위해 1만년간 유지해온 도축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언젠가 사람들이 '누가 고기를 얻으려고 동물을 죽여?'라고 말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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