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김경희 전 건국대 이사장을 만나는 자리에 더불어민주당 전직 5선 의원과 국민의힘 전직 의원이 함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만남은 건국대 수사 무마 청탁 의혹의 연장선으로 의심 받고 있는데 여야 의원이 동석한 데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일신문 취재 결과 5월 초 박영수 전 특검은 김경희 전 건국대 이사장과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식사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5선 의원을 지낸 정대철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과 국민의힘 용인시병 당협위원장인 이상일 전 의원, 건국대병원에 의약품을 납품하는 김장렬 중앙약품판매 회장도 함께했다. 이 자리는 김 전 이사장의 초대로 이뤄졌다.
수사당국은 이 자리를 건국대의 옵티머스자산운용 투자 관련 수사 무마 의혹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고 전해졌다. 김경희 전 이사장의 딸 유자은 현 이사장이 건국대의 사업체인 '더클래식500'이 사모펀드인 옵티머스자산운용에 120억 원을 투자한 것과 관련 지난해 9월부터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상태였기 때문이다. 학교법인이 수익용 기본재산을 사모펀드에 투자하려면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치고 교육부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건국대는 이러한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이 자리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유 이사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김경희 전 이사장은 올해 초쯤부터 남부지검 금융조사제2부 수장 출신 이모 부장검사 등과 지난해 각각 두 차례에 걸쳐 골프 회동과 식사 자리를 가지며 수사 무마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부장검사와 건국대 사건을 지휘했던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 김모 부장검사가 가까운 사이인 까닭이다. 둘은 연수원 동기며 2013년 둘은 법무부에서 함께 근무하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경찰은 어느 정도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장검사의 '주군'이었던 박영수 전 특검까지 등장하자 김경희 전 이사장과 박 전 특검의 만남이 건국대 사건 무혐의 처분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추가 의혹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 부장검사가 박영수 특검팀의 일원이었던 까닭이다.
더군다나 이들의 만남을 '가짜 수산업자' 김모 씨가 주선했다고 알려지자 이 자리에 대한 의심의 시각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김 씨는 박영수 전 특검에게 포르쉐와 고급 수산물 등을 제공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부장검사는 김 씨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은 바 있다. 이 부장검사에게 김 씨를 소개한 건 다름 아닌 박 전 특검이었다.
게다가 박영수 전 특검에게 가짜 수산업자 김 씨를 소개한 인물은 김 씨의 감방 동기인 건국대 출신 인사다. 평범할 수 있는 고위층의 만남이지만 주선자가 김 씨로 드러나 이들의 만남을 의심하는 눈초리는 더욱 매서워지고 있다.
매일신문은 박영수 전 특검과 김경희 전 이사장에게 여러 차례 연락해 만남의 이유에 대해 물으려 했지만 아무런 답을 받을 수 없었다. 정대철 전 상임고문은 "김경희 전 이사장의 초청으로 그냥 밥 한 끼 먹는 자리였다. 옵티머스 관련된 건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상일 전 의원은 "단순히 만나서 저녁을 먹은 자리였을 뿐 옵티머스 관련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며 "만약 부적절한 자리였으면 사진 찍는 걸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청 관계자는 "이 사건은 동부지검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됐다"며 "그 과정에서 어떠한 외부의 압력은 받은 바 없다"고 했다.
수사 의뢰를 했던 교육부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건국대 노조 지난 13일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이유서를 접수했다. 항고란 검찰의 1차 처분에 불복해 재수사를 해달라는 요청이다.
이에 대해 건국대는 "전직 학교 관계자와 검사와의 골프 회동은 개인적 관계일 뿐 학교와는 무관하다"며 "모임 시기도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기펀드 투자에 대한 검찰 조사가 시작되기 이전이어서 이들의 개인적 관계를 수사와 연관 짓는 것은 시점상으로도 부합하지 않다"는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건국대 쪽에서 말하는 '시점'은 과거 김경희 전 이사장과 이 부장검사의 두 차례 골프 및 식사 회동에 대한 것일 뿐 검찰 수사 착수 이후에 있었던 이번 만남에 대해선 해명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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