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의 피아노곡은 은은한 '달빛' 같다. 달빛처럼 은은하고 고요한 정화의 힘이 있어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대표적인 작품이 '녹턴'(Nocturne)이다.
녹턴, 즉 '야상곡'(夜想曲)은 말 그대로 밤의 분위기에 영감을 받은 음악작품을 말한다. 밤에는 낮보다 조용한 음악들이 귀에 더 잘 들어온다. 따라서 녹턴은 공연장에서 감상하는 것보다 늦은 밤 혼자 듣는 게 더 낫다.
이처럼 밤에 듣기 좋은 달달한 피아노 독주 모음곡을 처음 만든 이는 쇼팽이 아니다. '녹턴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아일랜드 작곡가 존 필드이다. 쇼팽은 존 필드의 음악 형태를 변형시켜 모두 21곡의 야상곡을 만들었다. 이후 '쇼팽=녹턴'이란 공식이 돼 버렸다.
녹턴에 얽힌 이야기 가운데 이런 일화가 전해진다. 당시 피아노의 거장 리스트는 쇼팽이 사는 곳에 며칠씩 묵어가곤 했다. 어느 늦은 밤, 리스트는 거실에서 녹턴을 자신의 방식대로 연주하고 있었다. 이런 광경을 지켜본 쇼팽은 리스트에게 "내 작품을 내가 좀 치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하자 리스트는 "그럼, 한번 쳐 보시오"라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 순간 나방이 피아노를 비추던 램프 속으로 들어가 불이 꺼져 버렸다. 리스트가 불을 밝히려 하자 쇼팽은 "켜지 마십시오. 내겐 달빛만으로도 충분합니다"라고 하면서 희미한 달빛 아래에서 녹턴을 연주해 나갔다.
리스트는 그 분위기와 음악에 감동했다. 곡이 끝나자 리스트는 쇼팽에게 "당신의 천재적인 작품을 내가 잘못 사용했던 것 같다.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시인이며, 나는 광대에 불과했다"며 사과했다.
이 일화에서 보듯 쇼팽의 녹턴은 곡 자체가 로맨틱하고 감상적인 분위기를 특징으로 하는 장르이다. 그 중에서도 '녹턴 Op. 9, No. 2'는 최고의 걸작으로 당시 파리지앵들의 화려한 살롱 분위기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애상적이고 우아한 멜로디가 반복돼 기억하기 쉽다. 들어갈 듯 말 듯 늦추는 감각이나 특정 음표에 힘을 실어 예상보다 강조하는 방식은 이질적이지만 독특한 매력이 있다. 속내를 감춘 밤의 정서와 잘 어울린다.
녹턴을 듣고 있으면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그림이 떠오른다. 지나치게 어둡지 않고 중후하며 몽환적이다. 그리고 밤을 살며시 감싸는 듯한 느낌이다.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한 뒤 쇼팽의 녹턴을 감상해보자. 피로는 가고 번잡했던 마음도 조금은 편안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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