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아름다운 마무리

대현스님 칠곡 동명 정암사 주지

현대사회가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노인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젊은 자녀들의 부모 모시는 부담이 점점 가중되고 있다. 형제가 있는 사람은 서로 미루고, 형제가 없는 사람도 책임 맡기를 부담스러워 한다. 부모는 열 자식을 품고 살았지만 자녀들은 한 부모 챙기기도 어렵다. 부모는 자식 뒷바라지하느라 나이가 들어도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미처 마무리할 준비가 돼 있지 않는 사람이 많다. 경제적인 준비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준비는 자신을 행복하냐 불행하냐를 결정하게 된다. 그것은 자기수행에서 얻을 수 있다.

인생여정의 마무리를 준비한다는 것은,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삶의 의미와 가치를 재인식하며, 삶의 방향을 제시하게 된다.

부처님 출가의 근본원인이며, 누구나가 해결해야 될 문제들이 바로 생, 노, 병, 사 고통이었다.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목숨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어떤 제자는 80년 산다'고 하고 '어떤 제자는 하루에 있다'고 하고 여러 대답이 나왔는데 부처님께서는 숨을 들이쉬고 내쉬지 못하면 죽는 것이다"라고 해서 목숨은 찰나에 있는 것을 말씀하시면서 삶의 중요성과 동시에 수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려 나옹선사는 "나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태어나는 것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나는 것과 같고, 죽음이란 한조각 구름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뜬구름이 본래 실체가 없는 것, 삶과 죽음도 실체가 없는 것이다. 여기 한 물건이 있으니 항상 홀로 나타나 담담히 생사에 걸림이 없다"라고 했다.

삶과 죽음은 인연이 있어 왔다가 인연이 흩어지면 사라지는 항상함이 없는 무상함속에 나라는 실체가 없는 것이다. 죽음이란 마치 헌옷을 갈아입고 새 옷을 입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러나 살아있는 나를 고정된 실체인 것처럼 착각하고 사랑하고 집착하며, 전도몽상을 일으켜 모든 고통을 일으키며 끝내 죽음을 받아드리지 못한다.

퀴블러로스는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양면이며 죽음은 최후의 성장 단계이다"라고 했다. 늙음을 부정적으로 생각해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 보다는 남은 인생을 더 잘 사는 인식이 필요하다. 잘 살기 위해서는 죽음을 준비하고 잘 죽기 위해서는 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서는 첫째, 웰빙(wellbeing) 즉, 사람답게 사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잘못된 습관을 버리고, 욕망의 노예에서 벗어나, 마음을 비우고, 모든 것을 용서하며, 참된 자기를 바로 볼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둘째, 웰 에이징(well aging)으로 아름답게 늙기다. 후기인생에 대한 희망 없는 편견을 버리고, 자신을 재발견해 아름다운 습관이 아름다운 늙음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본인이 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해 새로운 발견이 필요하다. 노년기는 상실의 시기가 아니라 자기완성의 단계이며, 삶의 완숙의 시기이며 결실의 시간이다. 나이가 들면서 인식변화는 남아있는 인생을 행복하고 가치 있게 만들어 가는 필수 조건이다. 셋째, 웰 다잉(well dying)인 아름다운 마무리이다. 사랑하고 있음에 감사하고, 숨 쉴 때 마다 감사하고, 나의 모든 인연에 감사하고, 하루하루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면서 이 세상 와서 모든 것을 빌려 쓰고 이젠 놓고 갈 준비가 필요하다. 모든 혜택으로 잘 누렸으니, 나도 받은 만큼 베풀고 가야할 것이다.

죽음은 누구나 예외 없이 찾아오는 현상이지만 두려움과 공포가 생기기 마련이다.

삶과 죽음을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삶의 의미와 보람을 갖고 아름다운 마무리에 들어갔을 때 대단한 존재인양 평생 보존해온 몸은 실체가 없다는 것과, 모든 행은 무상해 태어났다 멸하는 이치를 알았을 때, 앞으로 다가올 불안과 초조한 죽음 앞에서 자유로울 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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