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대구 영화인들의 끈끈한 네트워크

노혜진 오오극장 홍보팀장
노혜진 오오극장 홍보팀장

최근 대구에서 제작된 영화들의 성과가 눈부시다. 지난 5월,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장편영화 '희수'(감독 감정원)가 한국경쟁부문에 진출하고 단편영화 '나랑 아니면'(감독 박재현)이 감독상을 수상한 데 이어, '국가유공자'(감독 박찬우)가 제3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부문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는 기쁜 소식이다. '장학생'(감독 장주선) 또한 제3회 서울여성독립영화제 단편경쟁 부문 초청돼 지난 7월 초 상영을 마쳤다.

연이어 들려오는 영화제 진출과 수상 소식에 대구 영화계도 들뜬 모습이다. 반가운 소식을 널리 알리는 게 일이다 보니 감사하게도 오오극장 홍보팀장인 나에게 감독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주어졌다. 축하 인사를 건네고 가볍게 첫 질문으로 영화제에 진출한 소감을 물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그 질문에 네 감독이 모두 같은 대답을 하는 게 아닌가.

"같이 고생했던 스태프와 많은 도움을 주신 대구 영화의 선·후배,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미리 말을 맞추고 오셨냐고 물었더니 다들 아니라고 서로 따라하지 말라며 웃는다.

많은 작업들이 그렇겠지만 영화는 특히 혼자서는 완성할 수 없는 공동작업이다 보니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겠다는 소감이 특별한 멘트는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 흔하디흔한 소감에서 어쩐지 지역 영화인들의 서로를 향한 신뢰와 고마움, 그리고 끈끈한 관계가 모두 보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멘토가 되어준 선배들, 기꺼이 스태프로 활동해 준 동료들에 대한 감사 인사와 에피소드를 끝도 없이 늘어놓는 그들의 열정에 감동을 받으면서도 마냥 좋지만은 않은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인적·물적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어떻게든 영화 활동을 이어왔던 그동안의 힘듦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영화 제작의 모든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대구를 떠나지 않고 활동하는 이들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실제로 인력이 늘 부족하다 보니 대구에서 영화를 찍기 위해서는 품앗이처럼 서로의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로 활동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렇게 꾸준히 쌓아온 그들만의 연대, 네트워크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나 과연 이대로 개인들의 노력에만 맡겨두는 것이 타당한 일인가는 고민해 보아야할 지점이다.

다행히 2019년부터 대구영상미디어센터가 운영하는 영화 전문인력 양성과정인 '대구영화학교'가 생기면서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영화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대구영화학교 2기 졸업생으로 '장학생'을 연출한 장주선 감독은 "영화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가장 큰 메리트는 사람을 얻었다는 것이다. 열정 가득한 능력 있는 인재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결국 사람이다. 어떻게 인재를 양성하고 전문가로 키워내는가가 대구 영화의 미래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 내는 더 넓고 끈끈해진 네트워크의 시너지 효과도 함께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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