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軍의 방심과 무지·안일함이 빚어낸 청해부대 집단 감염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 승조원들의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갈수록 태산이다. 19일 현재 전체 승조원 301명 가운데 무려 82%인 247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국내 코로나19 감염병 단일 공간 발생으로는 유례없는 집단 감염이자 군부대 최악의 발생 사례다. 아직 총체적 진실이 다 밝혀지지 않았지만 군 당국의 초기 대응이 너무나 허술해 사태를 키웠다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해외에 파병된 우리 장병들의 안전을 위해 백신 선제적 접종 필요성이 높았는데 군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이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백신 접종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최초 유증상자 발생 이후의 대처는 더 한심했다. 청해부대는 최초 유증상자에게 감기약 처방만 했다. 결국 8일 뒤 40여 명의 유증상자가 대거 발생하자 뒤늦게 신속 항체검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신속 항체검사 결과 모두 음성이 나온 것만 믿고 의심 증상자 격리 등 추가 방역 조치를 하지 않았다.

군이 백신 접종을 서둘렀거나 기초적인 방역 매뉴얼만 지켰더라면 확진자가 247명까지 불어날 일은 없었다. 방역 관련 매뉴얼이 있기나 한 건지, 있더라도 제대로 지켰는지 의아한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게다가 군대 내 집단 감염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 4월 해군상륙함 고준봉함에서 승조원 39%가 감염됐으며 최근에는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110명이 집단 감염됐다.

파병 장병에 대한 방역 대책이 소홀했다는 비판이 일자 국방부는 "백신 수송이나 접종 후 부작용에 대한 대처 계획 세우기가 쉽지 않아 백신 접종이 곤란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국민들이 원하는 답은 진솔한 사과와 책임자 문책, 재발 방치책 강구인데 자다가 책상 다리 긁는 격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부대 내 집단 감염은 군의 방역 무지와 안일함이 빚어낸 인재(人災)다. 군의 방역 구멍을 보는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래 가지고서야 어느 부모가 군대에 자식 보내 놓고 발 뻗고 잘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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