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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모두를 위한 노력

김혜진 고산도서관 사서
김혜진 고산도서관 사서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에게 책 한 권 정도는 읽어 주려 한다. 최근에는 '쓰레기 물고기'라는 환경오염과 관련된 책을 읽어주던 중 몇 해 전 큰 충격을 안겨 주었던 영상 한 편이 생각났다. 미국 텍사스 A&M대학의 해양생물 연구팀이 코스타리카 연안에서 발견한 바다거북이의 코에 박힌 무언가를 빼내는 모습이었다. 코에서는 피가 흐르고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연신 입을 벌리며 들썩거렸다. 매우 조심스럽게 빼낸 이물질의 정체는 바로 10~12cm 길이의 플라스틱 빨대였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쓰고 버린 빨대가 가엾은 거북이의 코에 박혀버린 것이다. 응급 처치를 받은 다음 바다로 돌아갔지만 언제 또 같은 상황에 처할지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132.7kg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라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 손에 잡은 칫솔, 샴푸통과 테이크아웃으로 갖고 온 빨대 꽂힌 일회용 잔까지. 요즘은 1인 가구, 택배 물량 증가 등으로 플라스틱을 포함한 일회용품의 사용량이 전보다 늘고 있다. 플라스틱 없이는 단 하루도 살기 어려운 '플라스틱 시대'를 살아가는 '호모 플라스티쿠스'(Homo plasticus)로 진화한 것이다.

다행히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것들'이 가져오는 심각성을 알고 생활 습관을 바꾸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시민들 사이에서 자발적인 사용 근절과 환경보호 의식이 퍼져 나가며 카페를 찾는 사람들은 개인 텀블러를 가지고 오거나 다회용컵을 사용하고 기업에서도 친환경 소재, 종이빨대를 도입하거나 비닐포장재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더해 최근 국내 각 시군의 육아종합지원센터 등은 사회적협동조합과 손을 잡고 '플라스틱 장난감 폐기물', 즉 못 쓰게 된 플라스틱 장난감을 새로운 장난감으로 만들어 지역의 아동센터 및 복지시설에 기부하거나 재판매하는 등 선한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플라스틱의 무분별한 사용에 대한 문제의식과 재활용의 가치를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플라스틱을 포함해 재활용품으로 버려지는 쓰레기는 전체의 30~40% 정도만 재활용된다. 배출과 수거 단계에서 오염이나 파손 등으로 버려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서는 제품의 생산단계에서부터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며 대체물질을 사용하는 친환경생산이 중요할 것이다. 처리도 중요하지만 발생부터 줄여야 쓰레기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우리 생활에서 플라스틱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최소한의 것만을 사용하기 위해 같이 노력하는 것, 문제의식을 가지고 해법을 찾아보고자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환경을 지켜나갈 수 있다. 오늘부터 장바구니를 챙겨 마트에 가고, 텀블러를 가지고 카페로 향해보자.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모두를 위해 노력하는 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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