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지방자치 시행 후 직선제로 뽑은 대구시장은 모두 4명이다. 문희갑·조해녕·김범일 전 시장은 재임 중에 이런저런 비판에 시달렸어도 업적이 상당했다. 이들은 뚜렷한 자기만의 개성과 시정 철학을 갖고 대구시 발전을 견인하면서 시민들에게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었다.
문희갑 전 시장은 '나무 시장'이었다. 재임 7년 동안 1천만 그루 나무 심기 운동을 펼쳐 대구를 밝고, 푸르게 만들었다. 이는 다른 전국 지자체들이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또 경상감영공원, 2·28기념공원,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같은 도심 공원도 그의 추진력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조해녕 전 시장은 취임 1년도 안 돼 지하철 참사가 일어나는 바람에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를 기획할 정도로 아이디어가 빛났다.
김범일 전 시장은 대중적인 인기는 다소 부족했지만 업적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국가산업단지, 테크노폴리스, 첨단의료복합단지, 한국뇌연구원, 삼성라이온즈파크 등을 조성하거나 유치했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 3대 스포츠 제전이라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직접 유치해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대구 물산업과 국가산업단지의 밑그림도 그렸다. 기획력과 실천력을 겸비한 시장이었다.
권영진 현 대구시장은 아쉬운 측면도 있지만 대구 취수원 이전, 통합신공항 건설, 대구시 청사 이전 등 대구 현안 해결의 단초를 만들었다.
문희갑‧조해녕‧김범일 전 시장은 자타 공인 행정전문가였다. 그래서 정치나 시류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껏 행정을 펼쳤다.
권영진 현 시장은 그 나름 열성적으로 일했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업적은 다소 부족한 것 같다. 그의 3선 도전 여부를 두고 시민들의 반응도 썩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이런저런 이유로 권 시장의 3선행은 가시밭길이다.
이 때문에 내년 대구시장 선거에 10여 명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 출신이거나 총선 도전자들, 이른바 정치인이 많다.
광역 대구시 행정은 복잡다단하고, 여야 대결 중심의 중앙정치 무대와는 많이 다르다.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고, 대구만의 특화 산업이나 콘텐츠를 발굴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대구시장은 지역의 현안과 미래를 치열하게 고민한 행정 전문가여야 한다. 또한 시민들을 위한 행정 서비스 제공에 투철하고, 민원 하나하나에 봉사 정신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
대구의 시급한 현안은 즐비하다. 통합신공항 이전을 위한 재원 마련과 행·재정적 걸림돌을 제거하고 경북도청 이전지와 첨단의료복합단지 활성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대구 취수원 이전과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에 따른 후속 작업을 매끄럽게 마무리하고 대구권 전체를 4차 산업의 핵심기지로 안착시킬 혜안과 지혜를 가져야 한다.
이러한 현안에 견주어 대구시장은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전투 모드'에 들어갈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 초보 운전자가 4년간 행정을 배울 여유가 없다.
시장 출마 희망자들의 면면을 보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또 정치적 징검다리 수단으로 시장직에 도전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더 나아가 정치적 생존 목적으로 대구시장이 되려는 이가 시장직에 오른다면 대구의 불행이다. 행정을 잘 알고 익숙한 사람, 전문가 집단을 잘 활용하는 이가 시장이 되어야만 대구의 미래를 밝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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