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사망이 과로와 열악한 근무환경, 비상식적 갑질 때문이라는 이유로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대구경북 대학의 청소노동자 근무환경도 열악하다.
공공연대노동조합에 따르면 대구경북에서 대경대학교와 호산대학교의 청소노동자 휴게 시설이 다른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고 같은 쉼터
16일 오후 1시쯤 대경대학교. 낯 최고기온이 32℃까지 치솟은 가운데 이 학교 청소노동자는 야외에 놓인 소파에서 휴게시간 동안 무더위를 피해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본관동 옆에 위치한 남성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쉼터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유일한 냉방기구로 선풍기가 있었지만 더운 바람만 뿜어냈다. 청소노동자들은 이곳이 '창고로 쓰던 공간'이라고 했다.
창고 같은 쉼터 바로 옆 컨테이너엔 다른 쉼터가 있었지만, 이날 출근한 3명이 들어가기엔 벅찼다. 2명이 눕자 공간이 가득 찼다. 청소노동자 A씨는 "오늘은 방학이어서 남자 노동자 3명만 근무하다보니 그나마 앉을 자리라도 있지만, 학기 중엔 9명이 근무해 쉴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샤워시설은 세면시설에 불과했다. A씨는 "무더운 날씨에 제초작업을 하면 땀으로 옷이 젖지만 샤워실이 따로 없어 씻지 못한 채 퇴근한다"고 했다.
컨테이너에서 10m 남짓 떨어진 공간에 쓰레기 집하장이 있었다. 쉼터 한켠 파리끈끈이에는 빈 공간이 없을 정도로 온갖 벌레들이 가득 붙어있었다. 쓰레기 냄새가 진동하는 이 곳에서 청소노동자들은 밥을 먹었고,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크라운동 1층에 위치한 여성 청소노동자 휴게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햇볕이 제대로 들지 않은 탓인지 문을 열자 눅눅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여성 청소노동자 B씨는 "환기가 제대로 안 돼 겨울에는 난방기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고 에어컨 역시 무더위를 막기엔 역부족이다"며 "여직원들은 이곳보다 각자 근무하는 곳 근처 계단 옆 창고 같은 곳에서 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학교 관계자는 "아직까지 용역업체를 통해 노동자들의 시설개선 요구와 관련해 직접 들은 것은 없다"면서도 "학생수가 줄어들어 학교 사정이 어렵지만, 연초 예산 계획에 따라 올 여름이 넘어가는 겨울 즈음에 냉난방 개선 계획이 있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100% 만족할 순 없겠지만 첫술에 배 부를 수 없지 않느냐"고 했다.
◆햇볕이 들지 않는 공간에 휴게실
19일 찾은 호산대학교. 대부분 휴게시설이 계단 밑 공간에 조성됐다. 휴게실에 들어가려면 노동자들이 고개를 숙여야 했다. 냉방시설 역시 자비로 설치해야 해서 무덥고 습한 날씨에 선풍기로 더위를 피하는 청소노동자도 있었다.
햇볕이 들지 않는 공간에 휴게실이 위치하다 보니 비가 오면 곰팡이가 피기도 했다. 한 노동자는 "내 돈으로 직접 제습기도 구매했지만 냄새가 잘 빠지지 않아 점심시간이면 이곳에서 밥을 먹지도 않고 휴식을 취하지도 않는다"며 "가족들에게조차 이런 공간에서 휴식한다는 사실을 숨길 정도"고 했다.
경북대학교 내 인문한국진흥관 역시 지은 지 2년이 채 안 됐지만 완공 후 청소노동자들을 위한 휴게시설은 없었다. 애초 건물 내 학술회의실 한켠의 대기실을 임시로 사용하다가 노동자들의 요구로 입구 관리실에 휴게실을 겸해 조성했다.
박영란 전국대학노동조합 경북대지부장은 "완공된 지 2년이 안 된 인문한국진흥관 역시 처음엔 미화휴게실 공간이 없어 학교에 공간마련을 요구했었다"며 "대학교 내에 건물을 지을 때 미화원 휴게실을 우선적으로 만드는 게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대학에서 휴게실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기존 건물에 빈 공간을 찾다 보니, 건물 계단 밑에 남는 공간에 휴게실을 조성하며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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