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한명숙 재심 신청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4일 '한명숙 재판 모해 위증 의혹'에 대한 법무부·대검 합동 감찰 결과를 발표했다. 요지는 "한 전 총리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부적절한 수사 관행이 발견됐다"는 거였다. 장관이 감찰 결과를 직접 발표할 만큼 거창해 보였지만, 장황하기만 했을 뿐 알맹이는 없었다. 한 전 총리가 돈을 받은 사실을 뒤집을 수는 없으니, 검찰 수사 과정이라도 흠집을 내 한 전 총리를 '검찰 수사의 억울한 희생자'로 만들 요량으로 '모해 위증 의혹'에 대해 심의에 재심의도 모자라 합동 감찰까지 펼쳤지만 징계 건덕지를 찾지 못한 것이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2년을 복역한 한 전 총리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나의 사건에서 검사의 수사 행위 자체가 범죄라는 것이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며 "불의한 정권과 검찰 그리고 언론의 무자비한 공격에 쓰러져 2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고 주장했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을 반성하는 대신 검찰 수사를 탓한 것이다. 또 조국 사태에 대해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검찰주의자들의 발호를 아프게 목도했다"며 "어떻게 검찰 지휘권을 가진 상관을, 온 가족을 볼모로 이토록 무자비하게 도륙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마도 한 전 총리가 말하는 검찰 개혁은 "국무총리나 장관을 역임한 높은 분, 상관의 잘못은 눈감아줄 줄 아는 검찰로 거듭나라"는 것인 모양이다.

한 전 총리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증언을 거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나 가족이 받는 혐의가 억울하고, 진실이 따로 있다면 수사와 재판에서 진실을 밝히는 게 상식적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정작 검찰 수사나 법정에서는 침묵하고 자신들이 펴낸 책이나 지지자들을 향한 발언에서 '결백'을 주장하며 피해자 행세를 한다. "그렇게 억울하면 재심을 신청하라"는 권고에도 한 전 총리는 묵묵부답이다. 정부와 여당 인사들도 "한명숙은 검찰 수사의 억울한 피해자"라고 그렇게 떠들어 대면서도 "재심하자"는 말은 안 한다.

왜 그럴까? 거짓말과 검찰 수사 희생자 행세로 멍청한 지지자들을 속일 수는 있지만, 검사나 판사를 속일 수 없다는 것을 본인들이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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