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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5030과 '쫄음' 운전

대구 동구 파티마삼거리에 걸린 안전속도 5030 단속 예고 현수막. 매일신문DB
대구 동구 파티마삼거리에 걸린 안전속도 5030 단속 예고 현수막. 매일신문DB
최창희 디지털뉴스 부장
최창희 디지털뉴스 부장

'안전속도 5030'이 지난 주말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출근길 운전이 무척 조심스럽다. 수시로 신호등, 시계, 속도계까지 확인해야 하고 '단속 카메라가 있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는 '쫄음' 운전을 해야 한다. 바쁜 출근 시간에 몇 분이라도 줄여 보려고 일찍 집을 나서도 마찬가지다. 뻥 뚫린 여유 있는 도로에서 굼벵이 운행을 할라치면 은근히 짜증이 치밀기도 한다. 바쁜 출근길뿐만 아니라 여느 때도 운전대 잡기가 편치 않다. 제한 속도를 확인하지 못하기 십상이다.

잠깐이라도 긴장을 놓았다가는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안전속도 5030'에 따르면 대구 도심 일반 도로는 시속 50㎞, 주택가 등 뒷길은 시속 30㎞ 이하로 낮춰야 한다. 어기면 최대 14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시속 80㎞를 초과하면 범칙금 30만 원과 벌점 80점이다. 시속 100㎞를 초과하면 범칙금 100만 원에 벌점 100점이 부과된다. 3차례 이상 적발되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단속 카메라가 눈앞에 나타날 때만 속도를 줄이는 '캥거루 운전'은 어림도 없다. 도로 곳곳에 무인 단속 카메라나 암행 단속반이 있어 꼼수가 통할 리 만무하다. 대구경찰청은 기존 189대의 무인 단속 카메라에 이어 추가로 106대의 카메라를 투입했다.

단속 카메라의 위력은 이미 증명됐다. '안전속도 5030' 계도 기간인 지난 4월부터 약 3개월간 대구에서 17만8천 건이 넘는 과속 단속 실적을 올렸다. 대구의 차량 등록 대수 267만 대(2020년 기준)를 감안하면 100대 중 7대가 단속에 걸린 셈이다. 추가 투입분까지 고려하면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보인다.

과속 단속 카메라의 '허용 범위'를 믿어서도 안 된다. 무인 카메라의 오차 등을 고려해 규정 속도를 넘더라도 일정 정도까지는 단속하지 않는다는 주장들이 있지만, 경찰은 안전상의 이유로 범위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이래저래 '사면초가'인 운전자와 달리 관계 기관의 입장은 단호하다. 교통사고가 줄고 차량 정체 현상도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전국 12개 도시에서 10여㎞ 거리를 시속 60㎞와 50㎞로 달리는 것을 비교해 보니 평균 2분 정도 늘어나는 수준이다' '시속 60㎞ 차량이 보행자와 사고가 났을 때 사망 가능성은 85%지만, 50㎞일 때는 55%로 줄어든다'는 조사 결과도 내놨다.

그러나 여론은 냉랭하다. '과속 카메라를 보면 급정거를 하는 차들 탓에 오히려 사고 위험이 커졌다' '적용 시간대가 일률적이다' '유독 대구에만 단속 카메라가 늘었다'는 등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배차 간격 유지와 신속함이 생명인 택시기사 등 운수업 종사자들의 고충도 들려온다. 이 탓에 정책 폐기를 건의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찬성보다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은 여론조사가 나오고 아직 도로 곳곳에서 50㎞ 속도 제한을 지키지 않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과속을 줄여 보행자와 운전자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취지에는 백번 공감한다. 그러나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것이 옳다. 왕복 10차로 이상의 주요 대로 등 통행량이 많고 차량 흐름이 원활해야 할 구간에선 예외적으로 제한 속도를 높이고 어린이 보호 구역 등 뒷길 역시 어린이들이 등하교하지 않는 주말에는 단속하지 않는 등 상황에 따른 운영이 필요해 보인다. 사고 빈발 지역 시설 개선과 불법 주차 단속도 선행돼야 한다. 아무쪼록 때와 장소에 따른 운영의 묘를 잘 살려 제도가 차질 없이 안착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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