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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 매년 340건…신고 전화 어디로? 사체 수거는 누가?

접수 기관 지자체 환경과인데, 아예 모르거나 번호 찾기 난항
신고자 연락처 미공개가 원칙…위치 파악 어려워 처리 지연
로드킬 2차 가해 막기 위해 단일화된 신고 번호 필요, 적극 홍보해야

지난 2019년 대구 북구 검단동 금호강 도로변에 로드킬 당한것으로 추정되는 고라니가 쓰러진 채 방치돼 있다. 매일신문DB
지난 2019년 대구 북구 검단동 금호강 도로변에 로드킬 당한것으로 추정되는 고라니가 쓰러진 채 방치돼 있다. 매일신문DB

직장인 윤모(31) 씨는 최근 대구 중구 내당네거리에서 달서구 성당네거리로 차를 운행하던 중 1차로에서 까마귀 3마리가 한 동물 사체를 먹는 장면을 목격했다. 윤 씨는 신고를 위해 차를 갓길에 세우고 휴대전화를 꺼내 검색에 나섰지만 신고 전화번호를 찾기가 쉽지 않아 결국 신고를 포기했다.

여름철을 맞아 로드킬(동물이 도로에서 자동차 등에 치여 죽는 일)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정작 시민들은 어디로 신고해야 하는지 모르는 데다 사체 수거도 쉽지 않다.

21일 대구 8개 구‧군에 따르면 매년 평균 347건의 로드킬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 중 평균 106건이 여름인 6~8월에 집중됐다.

로드킬 동물 사체 수거는 구·군청 환경과의 환경공무직들이 담당하고 있으며, 평일 야간과 주말엔 지자체와 계약한 대행업체들이 업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정작 로드킬 신고는 신속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로드킬 신고 접수기관은 지자체 환경과인데, 시민 대다수가 신고 기관을 모르는 데다 운전 중 차를 세워 기관 번호를 검색하기도 번거롭다보니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정모(34) 씨는 "운전하다 동물 사체를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정작 어디로 신고하면 되는지 몰라 매번 지나치기 일쑤였다. 주변에 물어봐도 대부분 어디로 신고하는지 모르고 있었다"며 "운전 중 갓길에 차를 세워 번호를 찾기도 힘들고, 구·군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전화번호까지 검색하려고 하면 신고는 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사체 처리 역시 어렵긴 마찬가지다. 사체 수거를 위해 정확한 위치를 알아야 하지만 신고된 위치가 두루뭉술하고, 신고인 연락처도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수거 업무 담당자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탓이다.

중구과 북구, 서구 지역에서 로드킬 사체 처리업무를 맡고 있는 A(33) 씨는 "신고자와 바로 연락을 할 수 없는 경우 정확한 사체 장소를 찾기 힘들다. 사고를 낸 뒤에 신고하는 경우 혹시 본인에게 책임을 물을까봐 장소를 대충 말하고 끊어버린다. 먼 거리를 갔다가 현장을 못 찾고 돌아오는 날이 허다하다"고 했다.

오위숙 대구동물보호연대 대표는 "혹시나 살아있는 생명을 신속하게 구조하고 차량에 의한 사체 2차 가해 방지를 위해서라도 로드킬 신고는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신고자와 현장 출동요원이 바로 연결될 수 있도록 단일화된 로드킬 신고 번호 구축 등 시민들이 간단하게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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