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꾸로읽는스포츠] 롤러코스터 대구FC '강팀 모드' 재가동하나

ACL, 도쿄 올림픽 이후 후반기 갑작스러운 부진…11경기 무패(8승 3무) 후 5연패…9번 에드가·10번 라마스·11번 세징야 용병 완성체로 반격

대구FC 세징야가 28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성남FC와의 경기에서 최근 부진을 씻어내는 골을 터뜨린 후 활짝 웃고 있다. 대구FC 제공
대구FC 세징야가 28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성남FC와의 경기에서 최근 부진을 씻어내는 골을 터뜨린 후 활짝 웃고 있다. 대구FC 제공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K리그1의 대구FC가 2021 시즌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현재까지 축구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는 듯한 행보다. 구단 간 전력 평준화로 성적을 예상하기가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올해 대구의 최종 성적표는 더욱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대구는 올해 정규리그 개막 전, 2019·2020년 연속으로 거둔 5위(역대 최고 성적)를 지키기에 버거운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그렇다고 하위권 팀으로 분류된 것은 아니다.

뚜껑이 열리자 대구는 5경기 무승(2무 3패)으로 출발했다. 새로 승격한 수원FC(1대1)와 제주 유나이티드(1대1), 지난해 하위권에 머문 인천 유나이티드(1대2)와 광주FC(1대4)에도 이기지 못하자 우려가 터져 나왔다. 다행스러운 점은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듯 대구는 6라운드에서 울산 현대를 2대1로 꺾고 시즌 첫 승을 맛봤고, 4월 17일부터 8월 1일까지 역대 최다인 11경기 무패(8승 3무) 행진했다. 이 과정에서 창단 후 최초로 6연승도 달렸다.

좋은 흐름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와 FA컵에서도 이어졌다. 대구는 두 번째 ACL 무대에서 첫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고, 오는 9월 14일 일본의 나고야 그램피스와 8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FA컵에서는 지난 11일 김천 상무를 2대1로 제압하고 4강에 진출한 상태다. 대구는 오는 10월 27일 강원을 상대로 결승 진출을 노린다. 대구는 2018년 FA컵에서 사상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지난 7월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도 정태욱, 김재우, 정승원 등 국가대표 3명을 배출하며 명문구단의 조건을 충족시켰다.

이에 대구는 후반기 한 계단 더 상승을 노렸다. 지난달 20일 등번호 9·10·11번으로 짜인 '용병 완성체'를 꿈꾸며 브라질 출신의 미드필더 라마스(10번)를 영입했다. 대구 용병 세징야(11번)와 에드가(9번), 츠바사(아시아쿼터)는 이미 검증받은 상태다. 178cm, 78kg의 중앙 미드필더 라마스는 빠르고 영리한 데다 화려한 개인기술을 바탕으로 한 드리블 능력이 좋아 에드가, 세징야 등 기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 대구의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그는 2015년 포르투갈 2부 리그에서 데뷔했으며 포르투갈 1부와 아랍에미리트 1부 등에서 프로 통산 235경기 출전했다.

하지만 흐름은 대구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후반기 포항전을 무승부를 출발한 대구는 이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5연패를 당했다. 울산(1대2)과 전북 현대(1대2), 강원(0대2), 광주(1대2), 인천(0대2)에 내리 패했다. 시즌 순위도 지난 27일까지 7위로 내려앉았다.

대구가 재반격의 실마리를 찾은 건 28일 성남전이었다. 이날 대구는 전반 세징야의 연속 골과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정치인의 리그 데뷔골에 힘입어 3대1로 승리했다. 5연패에서 탈출한 대구는 승점 37점을 기록하며 단숨에 4위로 다시 뛰어올랐다.

대구가 이처럼 큰 부침을 겪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장기 레이스에 따른 성적의 사이클 곡선, ACL과 도쿄 올림픽 참가에 따른 선수들의 체력 저하, 높은 용병 의존도에 따른 위험 지수, 코칭스태프의 용병술 한계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5연패 탈출의 선봉장이 된 세징야의 부활은 대구의 후반기 재반격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대구가 '세징야의 팀'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고 연패도 그의 존재감이 떨어지면서 빚어진 일이다. 플레이 메이커 라마스 입단으로 세징야는 활동 폭을 좁혀 골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상대의 집중 마크를 더 받게 된 세징야가 얼마나 영리한 플레이를 하느냐에 대구의 남은 후반기 성적이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감독대행을 거쳐 사령탑이 된 대구 이병근 감독도 제대로 시험대에 올랐다. 경험하지 못한 빡빡한 일정 속에 이 감독은 상대에게 그의 지략 대부분을 읽힌 상태다. 체력 저하와 부상 등으로 시즌 초와 같은 베스트 전력을 가동하기 힘든 상황에서는 감독의 용병술이 크게 승부에 영향을 미친다. 선수들의 투지를 끌어내는 동기 부여가 절실한 시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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