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로와 연결된 메타세쿼이아 길의 끝자락에 있는 영남대 중앙도서관은 캠퍼스 내에서 가장 높으면서(높이 약 77m), 대학을 상징하는 건물이다. 지금은 주변에 많은 고층 건물들이 생겨 그 웅장함이 많이 희석됐지만, 과거에는 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인근에서 등대와 같은 존재였다.
대학의 심장과 같았던 중앙도서관은 3년이라는 긴 공사과정을 거쳐 1974년 8월 31일에 준공되었는데, 그 건립을 둘러싼 재미있는 일화들이 있다. 경부고속도로를 달려 경산을 지나던 박정희 대통령이 측근에게 "영남대가 어디냐?"라고 물었다. 측근이 "저쪽입니다"라고 답하자, 박정희 대통령은 "여기서는 안 보이네"라고 했고, 그 이후에 고속도로에서도 잘 보이도록 22층짜리 건물을 세웠다는 일화가 있다. 또 다른 이야기는 70년대 당시 김일성종합대학의 고층 도서관(21층)보다 더 높은 건물을 짓도록 해 중앙도서관이 22층으로 지어졌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 22층의 건물은 영남대의 기상, 발전 등을 상징하는 표상이 됐다.
이후 대부분의 교내 주요 행사는 중앙도서관 인근에서 열렸다. 70~80년대에는 입학식, 졸업식, 개교기념식 등이 도서관 앞의 광장에서 개최됐으며, 90년대까지는 대학입시와 관련해 원서를 접수하고 합격자를 발표했던 곳 또한 도서관이었다. 그 시절 대학을 다녔던 모든 영대인의 가슴속에는 중앙도서관이 대학 생활의 처음과 끝을 장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또한, 민주화운동으로 들끓었던 70~90년대에 도서관 앞의 광장은 민주화를 향한 학생운동의 열기로 가득 채워졌던 곳이며, 총학생회 출범식 및 총학생회장 이·취임식 등이 열리는 장소이기도 했다.
1974년 당시로서는 초고층이라고 할 수 있는 22층 높이로 건설된 중앙도서관은 지난 50여 년 동안 넓은 벌판에 우뚝 솟아 경산 지역의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 와중에 흰색의 콘크리트 건물이었던 중앙도서관은 2005년에 21세기형 최첨단 디지털도서관으로 거듭나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21년 현재, 중앙도서관과 과학도서관 및 법학전문도서관 등 3개의 주제별 전문 도서관으로 구성된 영남대학교 도서관은 스마트 열람증으로 간편하게 좌석을 배정받는 등 큰 변화의 흐름에 서 있다. 과거 동이 트기 전 이른 새벽부터 도서관의 자리를 잡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서던 풍경은 이제 추억 속의 한 장면이 됐다. 또한 오픈된 공간에 마련된 카페형 학습공간에서는 조금 더 자유롭게 개인 학습과 그룹스터디를 할 수도 있다.
과학도서관도 1년 간의 리노베이션을 거쳐 오는 9월 재개관할 예정으로, 이용자 친화적인 다채로운 공간으로 채워져 학생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영남대 도서관은 대학 내에서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의 허브로서 충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으로도 도서관은 영남대의 뜨거운 열정과 기상을 대표하는 상징으로서, 23만 천마인의 영원한 고향으로서, 시대적 소명을 떠받드는 심장으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다.
'대학 도서관을 가다–영남대' 코너를 통해 여러 필자가 영남대 도서관이 가지고 있는 귀중한 책들을 유익하고 흥미 있게 소개한다. 그 속에 깊이 빠져들어, 코로나19에 따른 힘겨움을 이겨내는 데 작은 보탬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이용호 영남대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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