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전문서점 '그니여비 그림책놀이터'는 구미와 가까운 칠곡군 석적읍의 베드타운 중심 상가 2층에 있는 5년차 동네책방이다. 한곳에서 5년을 머물렀기에 석적읍에서 아이 키우는 부모라면 한번쯤은 눈여겨 봤음직한 곳이다. 책방으로 들어가는 계단에 적힌 세 문장의 문구가 눈길을 끌다 못해 뼈를 때린다. '꿈이 자라는 아이, 길을 열어주는 엄마, 함께 놀아주는 아빠'다.
책방 안으로 들어서자 그림책 작품 속 그림들이 한쪽에 전시돼 있다. '비단공장의 비밀'이라는 그림책의 아트프린팅 작품이었다. 추상화의 영역에만 접근하지 않았을 뿐 그림책 삽화는 진즉에 예술성을 갖추고 있던 터였다. 갤러리에 와 있는 느낌이 잠시 든 이유였다.
책방지기 김미영 씨는 그림책을 좋아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책방이라고 했다. 자신이 보고 싶어 산 책이 더 많다고 했다. 돈을 벌 요량이었으면 책방을 안 했을 거라면서. 판매용 띠지로 예쁘게 둘러싼 그림책을 보면 볼수록 영리를 위한 책방이란 느낌이 들지 않았다. 신념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와 닿았다.
김 씨에게 그림책방은 숨구멍과 같았다. 책방 이름에서도 짐작되듯 - 자녀의 이름 뒷글자를 하나씩 따서 지은 '그니여비'(근이, 엽이)다. 그가 떡볶이 가게를 했더라도 간판은 '그니여비'였을 거라고 했다.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오며 생업에 매진했던 그도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나자 늘 마음에 두고 있던 걸 시작했는데 그게 지금의 그림책방이었다.
그림책이 눈대중으로 세지 못할 만큼 많다. 작정하고 대략적으로 세어보니 3천 권이 넘는 듯했다. 그림책 시장은 성인용 작품들이 최근의 대세지만 이곳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책이 더 많았다. 그는 "아이들의 발걸음을 잡을 수 있는 책 위주로 진열해둔다. 아이들과 수업을 했던 경험 때문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책이 많다"고 했다.

김 씨는 특히 아빠와 청년들에게 초점을 맞춘 책방 운영에 비중을 둔다고 했다. 책방으로 오르는 계단에 쓰였던 구호가 다시 떠올랐다. 그는 "아빠들의 노는 능력은 뛰어나다. 그들이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다면 아이들은 훨씬 더 그림책과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청년들에게 그림책을 선물하는 것도 그런 시도 중 하나라고 했다. 아들의 친구들에게 그림책, 주로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이라는 책을 선물한다는 그는 "유치할 줄 알았는데 좋다"는 호평이 돌아올 때 보람을 느낀다. 그림책 마니아가 책방을 열면 어떤 공간으로 펼쳐지는지 잘 보여주는 그림책방으로 보였다.
코로나 시국에도 그림책방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은 '편한 마음'이다. 김 씨는 "코로나로 힘들지 않은 이들이 없지만 굳이 긍정적인 걸 찾자면 슬기롭게 쉬어가는 지혜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가 막아섰지만 온라인 모임 등으로 독서모임을 지속하고 있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읽기 모임과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놀이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054)971-6526, 010-3926-6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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