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득 동네책방] <30>그니여비 그림책놀이터

칠곡 석적에서 한번쯤은 눈여겨 봤음직한 그림책방
아빠와 청년들에게 초점을 맞춘 책방 운영에 무게

칠곡군 석적읍 베드타운 중심 상가에 있는 그림책 전문서점
칠곡군 석적읍 베드타운 중심 상가에 있는 그림책 전문서점 '그니여비 그림책놀이터' 내부. 김태진 기자

그림책 전문서점 '그니여비 그림책놀이터'는 구미와 가까운 칠곡군 석적읍의 베드타운 중심 상가 2층에 있는 5년차 동네책방이다. 한곳에서 5년을 머물렀기에 석적읍에서 아이 키우는 부모라면 한번쯤은 눈여겨 봤음직한 곳이다. 책방으로 들어가는 계단에 적힌 세 문장의 문구가 눈길을 끌다 못해 뼈를 때린다. '꿈이 자라는 아이, 길을 열어주는 엄마, 함께 놀아주는 아빠'다.

책방 안으로 들어서자 그림책 작품 속 그림들이 한쪽에 전시돼 있다. '비단공장의 비밀'이라는 그림책의 아트프린팅 작품이었다. 추상화의 영역에만 접근하지 않았을 뿐 그림책 삽화는 진즉에 예술성을 갖추고 있던 터였다. 갤러리에 와 있는 느낌이 잠시 든 이유였다.

책방지기 김미영 씨는 그림책을 좋아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책방이라고 했다. 자신이 보고 싶어 산 책이 더 많다고 했다. 돈을 벌 요량이었으면 책방을 안 했을 거라면서. 판매용 띠지로 예쁘게 둘러싼 그림책을 보면 볼수록 영리를 위한 책방이란 느낌이 들지 않았다. 신념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와 닿았다.

김 씨에게 그림책방은 숨구멍과 같았다. 책방 이름에서도 짐작되듯 - 자녀의 이름 뒷글자를 하나씩 따서 지은 '그니여비'(근이, 엽이)다. 그가 떡볶이 가게를 했더라도 간판은 '그니여비'였을 거라고 했다.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오며 생업에 매진했던 그도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나자 늘 마음에 두고 있던 걸 시작했는데 그게 지금의 그림책방이었다.

그림책이 눈대중으로 세지 못할 만큼 많다. 작정하고 대략적으로 세어보니 3천 권이 넘는 듯했다. 그림책 시장은 성인용 작품들이 최근의 대세지만 이곳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책이 더 많았다. 그는 "아이들의 발걸음을 잡을 수 있는 책 위주로 진열해둔다. 아이들과 수업을 했던 경험 때문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책이 많다"고 했다.

칠곡군 석적읍 베드타운 중심 상가에 있는 그림책 전문서점
칠곡군 석적읍 베드타운 중심 상가에 있는 그림책 전문서점 '그니여비 그림책놀이터' 내부. 김태진 기자

김 씨는 특히 아빠와 청년들에게 초점을 맞춘 책방 운영에 비중을 둔다고 했다. 책방으로 오르는 계단에 쓰였던 구호가 다시 떠올랐다. 그는 "아빠들의 노는 능력은 뛰어나다. 그들이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다면 아이들은 훨씬 더 그림책과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청년들에게 그림책을 선물하는 것도 그런 시도 중 하나라고 했다. 아들의 친구들에게 그림책, 주로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이라는 책을 선물한다는 그는 "유치할 줄 알았는데 좋다"는 호평이 돌아올 때 보람을 느낀다. 그림책 마니아가 책방을 열면 어떤 공간으로 펼쳐지는지 잘 보여주는 그림책방으로 보였다.

코로나 시국에도 그림책방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은 '편한 마음'이다. 김 씨는 "코로나로 힘들지 않은 이들이 없지만 굳이 긍정적인 걸 찾자면 슬기롭게 쉬어가는 지혜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가 막아섰지만 온라인 모임 등으로 독서모임을 지속하고 있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읽기 모임과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놀이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054)971-6526, 010-3926-6526

칠곡군 석적읍 베드타운 중심 상가에 있는 그림책 전문서점
칠곡군 석적읍 베드타운 중심 상가에 있는 그림책 전문서점 '그니여비 그림책놀이터'. 김태진 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