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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오뚜기’ 민심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과 소비자가 공유할 공통분모나 접점을 찾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경영 생리와 이를 값싸게 이용하려는 소비자의 욕망이 늘 충돌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기업과 소비자는 시장의 핵심 구성 요소이자 이해(利害)의 대척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첨예한 충돌 지점은 바로 가격이다. 가격은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치가 높을수록 그 만족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다. 그러나 가격이 시장을 움직이는 유일한 원리나 동력은 아니다. 기업에 대한 소비자 신뢰와 이미지 또한 시장을 좌우하는 힘이다. 흔히 바람직한 기업의 사례로 언급되는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이나 인도의 타타, 한국의 유한양행과 같은 기업은 사람의 인격처럼 기업의 경영 철학과 시장에서의 가치를 인정받기도 한다.

1969년 창립한 종합식품기업 '오뚜기'가 최근 라면값 인상과 관련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오뚜기는 원재룟값 상승을 이유로 8월부터 진라면 등 주요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올리기로 결정했다. 오뚜기의 라면값 인상은 지난 2008년 이후 13년 만이다.

그런데 소비자단체협의회가 오뚜기의 가격 인상이 문제가 있다며 철회를 요구하면서 시장에서 반향이 커졌다.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오히려 오뚜기 라면값 인상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오뚜기는 올려도 되지" "소비자단체보다 오뚜기를 더 믿고 싶다" "오뚜기가 가장 싸다. 기업이 땅 파서 장사하냐?" "오뚜기는 건드리지 마라"와 같은 댓글에 수천 건의 '좋아요' 평가가 달릴 정도다. 오뚜기라는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즉 '오뚜기 민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가격 인상을 반기는 소비자는 없다. 하지만 평소 소비자와 소통하고 소비자를 존중하는 기업은 예외가 될 수 있다. 오뚜기의 경우는 기업과 소비자가 시장에서 함께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기업이 많으면 많을수록 시장도 건강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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