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완성은 독자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이라도 독자가 다시 찾아서 읽고 싶지 않으면, 그 작품의 완성도는 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동화의 가장 큰 단점 가운데에 하나로, 미담조(美談條)의 일화 혹은 훈화 형식으로 머무는 데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작품이 보다 입체적이기 위해서는 갈등 구조가 보다 필연적인 짜임으로 배치되어야 합니다.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 따위로 적대시 또는 불화하는 상황, 즉 상반하는 가치가 양보하지 않고 대립하는 경우입니다.
동화에서의 갈등 구조 설정은 독자를 작품 속으로 빠르게 그리고 깊이 끌어들이는 구성상의 필수 장치이며, 그 해결 방안 제시는 독자에게 새로운 가치관을 형성시켜주는 핵심 요체가 됩니다. 갈등 구조는 작품을 구성하는 큰 뼈대 중의 하나입니다. 따라서 독자의 흥미를 계속 붙잡아두는 역할을 합니다.
독자들은 작품 속 갈등 구조에 자신의 태도를 비추어 보고, 그 결과가 어떻게 끝맺음 될 것인가를 궁금해 하게 됩니다. 자신이 선호하는 대로 끝맺음 될 경우 안도감을 느끼게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그 해결 방안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동화 작품에서의 갈등은 외적 갈등과 내적 갈등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외적 갈등은 주요인물과 외부간의 갈등을 가리키고, 내적 갈등은 인물 안에서 스스로 겪는 갈등을 말합니다. 내적 갈등은 흔히 '고민'이니, '번민'이니 하는 말로 표현됩니다.
외적 갈등은 인물 대 인물, 인물 대 사회, 인물 대 운명, 인물 대 자연 등으로 크게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인물 대 인물 갈등은 주동 인물과 반동 인물 간의 대립과 충돌을 말하고, 인물 대 사회 갈등은 인물이 자신이 처한 사회의 윤리나 제도 등과 충돌하는 것을 말합니다. 인물 대 운명 갈등은 인물이 가혹한 운명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여 발생하는 갈등을 말하고, 인물 대 자연 갈등은 인물이 거대한 힘을 가진 자연 환경과 부딪쳐 싸우면서 겪는 갈등을 말합니다.
어떠한 갈등 구조이든 간에 그것에 부딪히는 인물은 나름의 기준이 있기 마련이고, 이 기준에 따라 접근-회피, 회피-접근, 접근-접근, 회피-회피의 유형으로 전개되게 됩니다. 이 때 독자들은 자기 나름의 해결 방안을 떠올리게 됩니다.
따라서 갈등 구조를 배치할 때에는 먼저 설득력 있는 구조인지를 살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갈등 구조를 해결하는 방안이 호소력 있게 제시되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아주 일반적인 방안을 제시하면 독자들은 이내 흥미를 잃어버릴 것입니다.
요컨대 독자들이 오랫동안 작품을 기억한다면 그것은 작품 속의 갈등 구조와 해결 방안이 인상적이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갈등 구조의 문제는 작품 구성의 유기성(有機性)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끝)

심후섭 동화 작가
※다음 주부터는 [지글지글-지면으로 익히는 글쓰기] '시'가 이어서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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