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경북 순흥 지역 부녀자들의 봄날 화전놀이를 기록하고 전승한 작품인 덴동어미 화전가의 퓨전 뮤지컬 공연이 지역정체성을 훼손시켰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논란이 뜨겁다.
시민들은 "영주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전승하는 공연에 남도 사투리가 난무하고 이상하게 변질된 공연에 어안이 벙벙하다"는 반응이다. 문화계 역시 "지역 문화를 발전 계승해야 할 영주 예총이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마당놀이 덴동어미 화전가를 퓨전 뮤지컬화시켰다"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퓨전은 예술의 각 장르들이 기존의 고유함을 해체하고 다른 것과 합쳐지면서 대안을 모색하는 예술의 한 경향이다.
하지만 퓨전 예술이 기존의 문화 장르를 배격하거나 완전히 해체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양념을 처야지 재료까지 바꾸면 안된다는 것이다.
주최 측은 퓨전 공연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과연 지역 정체성이 훼손되고 남도 사투리가 범벅이 된 공연을 본 지역민들은 어떤 감동(?)을 느겼을까.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공연 대본에는 '땡기는데, 안디야, 싸게 준비혀, 많다냐, 가야혀, 싸게싸게, 안간다니께, 없을건디, 갈랑께' 등 남도 사투리들로 도배를 했다.
예총 측도 문제를 의식한 듯 대본 1장에 '가사 수정, 사투리 수정, 연습시 수정 요망'이란 글을 표기해 놨다.
하지만 보도(매일신문 7월 22일자 10면)가 나간 후 총 감독자인 예총 회장과 총괄기획자 등 4명이 기자실을 항의 방문했다고 한다. 하창호 예총 영주지회 회장은 "항의가 아니다. 설명을 하기 위해서다"라고 해명했다.
본질은 전통문화 복원이다. 남도 사투리로 도배한 퓨전 뮤지컬 덴동어미를 당장 취소하고 전통 마당놀이 덴동어미 화전가를 복원하라는 것이 지역 유림과 문화인들의 요구다.
예총 관계자들은 "배우와 계약 해지가 어려워 퓨전 화전가를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한다. 또 "기회가 되면 지역 업체도 끼워 주겠다. 내년에는 전통으로 하겠다"고 한다.
지난 5년간 몸담아 온 배우와 대본, 공연팀까지 해체하고 총괄기획자의 가족과 서울에서 생활하는 무늬만 영주인 배우, 공연팀을 전면 교체한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가?
예총 회장이 바뀌면서 새로 탄생한 퓨전 덴동어미 화전가는 이사회 승인도 받지 않았고 보조사업의 목적도 위반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또 경상도 순흥지역 내방가사를 남도 내방가사로 돌변시켰다는 지적도 받았다.
마당놀이 덴동어미 화전가는 절망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 그리고 공감과 연대를 이야기하는 조선시대 양반 집안 부녀자들 사이에서 유행한 여류문학의 한 전형이다. 틀린 것은 바로 잡아야 된다. 자칫 영주 예총의 오류가 지역의 한 전통문화를 말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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