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댓글 여론 조작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수행 비서였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댓글을 이용한 여론 조작 혐의'로 3년 재판 끝에 유죄가 확정됐다. 김 전 지사가 1심 재판에 이어 진보 성향인 우리법연구회 출신 판사가 맡았던 2심 재판과 김명수 대법원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그만큼 범죄 증거가 명백하기 때문이다.

'김경수 유죄 확정'에 대해 청와대는 "입장이 없다"는 반응이고, 더불어민주당은 '19대 대선에서 1위 문재인 후보와 2위 홍준표 후보의 득표율이 17%포인트나 차이가 난 만큼 댓글의 영향은 미미했다'는 입장이다. '댓글 조작과 관계없이 어차피 문 대통령이 이겼을 선거'라는 주장도 나온다. 어차피 이길 사람은 부정을 저질러도 된다는 말인가? 어차피 이길 선거라고 어떻게 단정하나?

댓글을 통한 여론 조작이 없었다면 19대 대선이 어떻게 전개됐을지 알 수 없다. 2017년 4월 11~13일 조사한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안철수 후보 지지율은 37%로 문 후보(40%)보다 조금 낮았다. KBS와 연합뉴스 의뢰로 8, 9일 ㈜코리아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다자 대결 시 안 후보 36.8%, 문 후보 32.7%로 안 후보가 우세했다. 양자 대결 때는 안 후보가 49.4%, 문 후보가 36.2%를 기록했다.

하지만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공세가 안 후보에게 집중되면서 여론은 크게 달라졌다. 드루킹은 안 후보에 대해 'MB 아바타' '안초딩'(안철수+초등학생) 등 부정적인 댓글을 쏟아냈다. 반면 문 후보에게는 '청렴' '소통' 등 긍정적인 댓글을 달았다. 댓글 조작 프로그램을 통한 융단폭격이 펼쳐지면서 안 후보의 지지율은 추락했다. 37%이던 지지율이 일주일 간격으로 30%, 24%, 19%로 떨어졌다. 여론이 댓글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 조작한 댓글이 여론을 만든 것이다.

'댓글 조작'에 대한 국민 분노가 들끓고 있지만 제1야당 국민의힘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사과하라"는 말뿐이다. 최대 피해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측과 차기 대권을 노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의 거센 반발과 대조적이다. '선거 여론 조작'이 특정 후보, 특정 정당의 피해에 국한되는 문제인가. 한 번 조작한 사람이 다시 조작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나. 그러고도 국민의힘은 집권을 기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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