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통령이 ‘누구도 생각 못 한’ 수송기 급파 지시했다는 거짓말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된 청해부대 장병들을 공중급유 수송기로 신속 귀국하게 한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아이디어라는 청와대의 주장이 거짓말로 드러났다. 이미 군의 계획에 있는 것을 마치 문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창안(創案)한 것처럼 부풀린 것이다. 소련 등 과거 공산 독재국가에서 독재자를 '천재'로 치켜세웠던 저질 코미디가 21세기 이 땅에서 재연되고 있는 꼴이다.

청와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21일 청해부대 34진의 코로나 집단감염 사태에 대해 "문 대통령이 보고를 받으시자마자 참모회의에서 바로 '누구도 정말 생각하지 못했던' 공중급유 수송기를 급파하라고 지시했다"며 "전원을 안전하게 후송시킬 수 있는 대책을 빨리 시행하라고 직접 지시한 것도 문 대통령"이라고 했다. 아부(阿附)도 이 정도면 병이다. 이렇게 말하면서 스스로 부끄럽지 않으냐고 물어보고 싶다. 청해부대원을 신속히 귀국시키는 방법이 비행기 수송 말고 다른 방법이 있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박 수석이 말한 문 대통령의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공중급유기 수송' 아이디어는 이미 지난 6월 합동참모본부가 작성한 우발 계획에 명시돼 있었다. '청해·동명·한빛·아크 부대 등 해외 파병 부대에서 확진자가 다수 발생했을 경우 임무가 가능할 때는 확진자만, 임무가 제한될 때는 청해부대를 (다음 부대와) 교체하고, 부대원 총원을 전세기, 군수송기, 공중급유기 등을 이용해 귀국시킨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이를 몰랐다면 정부가 총체적 기능 부전을 겪고 있다는 것이고, 알고도 박 수석이 공중급유 수송기 급파 아이디어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고 오직 문 대통령만 생각해낸 것'이라고 했다면 문 대통령을 띄우려고 합참을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방안도 생각하지 못하는 '바보'로 만드는 것이다. 청해부대 집단감염으로 온 국민이 분노하고 걱정하고 있는 마당에 청와대는 국민에게 거짓말까지 하며 '문비어천가'를 부르고 대통령은 이를 즐기는 듯 아무 말이 없다. 모두 정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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