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매천동 한 아이스크림 무인 가게.
스스럼 없이 하나둘 손님이 들어왔습니다.
매장엔 스피커에서 흐르는 안내 도우미 음성뿐
고르고 계산하고, 모두가 스스로 알아서 합니다.
자물쇠는 무슨, 365일 24시간 언제나 '오픈'입니다.
주인 박현주 씨는 지난해 2월 문을 열고부터
25년 출근 전쟁에 종전을 선언했습니다.
가게를 찾는 날은 일주일에 이틀 정도.
택배 물건 채우고 청소까지 두세 시간이면 끝입니다.
매장은 눈썰미 짱인 CCTV에 부탁하고
취미 생활로, 볼일로 하루가 짧습니다.
에어컨도, 키오스크(셀프 계산대)가 낯선 손님도
집이나 차 안에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관리합니다.
5천만 원에도 못미치는 자금으로 창업했지만
느긋한 아침에, 통장이 쑥쑥 불어나는 재미에
"이런 신세계를 여태 몰랐다"며 무릅을 쳤습니다.
생에 이런 날이 올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해 6월에 2호점, 이젠 3호점까지 물색 중입니다.
끝 모를 코로나19, 더 오른 최저임금(내년 시간당 9천160원).
무엇보다 눈부신 정보통신기술(ICT) 덕에
무인화 바람은 갈수록 더 세지고 있습니다.
하이패스, 빨래방, 커피숍, 편의점, 사진관, 애완용품점….
올 가을엔 'AI은행원'도 나올 예정입니다.
'무인가게' 끝판왕은 어떤 모습일까.
뉴욕타임즈 기자들이 음료수를 몰래 갖고 나오는,
'무인매장에서 물건 훔치기' 실험을 했습니다.
한 명도 성공 못했습니다. 죄다 자동결제됐습니다.
벌써 3년 전, 실험장은 '아마존 고'(Amazon Go)였습니다.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
들고 나오기만 하면 저절로 계산되는 '아마존 고'.
차세대 무인 결제 시스템을 갖춘 이 첨단 무인 매장은
미국 내 30곳 이상에서 호평 속에 운영 중입니다.
미국 발 '아마존 고' 태풍이 닥칠 날도 머잖았습니다.
기술이 일자리를 앗아가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다른 곳에서 새 일자리도 만들었습니다.
고속도로 요금소의 누님은 하이패스를 만들고,
커피를 나르던 동생은 배달 로봇 엔지니어가 됐습니다.
매장 카운터에서 사라진 그 형님도 알고 보니
키오스크, CCTV를 납품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인공지능·사물인터넷·빅데이터의 4차 산업혁명.
사람은 기술을 개발하고 기술은 삶을 바꾸고 있습니다.
열대야에 지쳐 잠든 주인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스크림 가게는 밤도 잊고 불을 켜고 일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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