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정치판의 주 무대로 여겨지는 수도권이 아닌 대구에서 근무하는 기자에게도 다르지 않다.
중량급 정치인들이 매주 대구를 찾아온다. 이들의 일정 하나하나를 쫓아다니며 '팔로우'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열기가 더 생생하다. '초짜 정치부 기자'가 느끼기에도 '아, 큰 거 오는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게 자연스럽다.
그런데 요즘 대구를 찾는 정치권 인사들의 동선이 특이하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과 북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유독 자주 찾는다.
당장 지난 20일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두 곳을 모두 들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취임 이후 첫 대구 일정에서 창조센터부터 찾았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코로나19 1차 대유행 당시 봉사활동을 했던 대구동산병원에 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아예 지도부가 총집결한 대구시 예산정책협의회를 창조센터에서 열었다.
대구동산병원을 찾는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최일선이라는 상징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창조센터는 아직 정치적 공간이라기에 다소 어색한 곳이다. 젊은 스타트업 CEO들이 모인 이곳에서 정치권은 어떤 의미를 찾은 걸까.
사실 지금까지 대구를 대표하는 정치적 상징 공간은 단연 '서문시장'이었다. 정치적 위기 때마다 서문시장에서 지지층을 결집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 굵직한 여야 정치인들의 대구 일정이 잡히면 당연하다는 듯 그 중심에 서문시장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상징 공간의 지위가 창조센터까지 넓어진 모양새다. 지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국민의힘 당권 경쟁에서 어렴풋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 몇 차례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굳건한 지지층으로 평가받았던 2030세대가 강력한 스윙보터로 탈바꿈하며 승패를 결정지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정치적 수요는 '과거'와 큰 상관이 없어 보인다. 멀게는 군사독재와 반공주의, 가깝게는 적폐 청산·정권심판론까지. 지금까지 각 정치세력이 주된 추동력으로 활용했던 '이미 지난 일'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당장 내가 살아가는 세상(현실)과 앞으로 살아갈 날(미래)이 주된 관심사다. 대구의 정치적 상징 공간이 '과거'를 의미하는 서문시장에서 '현재와 미래'인 스타트업들이 모인 창조센터로 변모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주요 대권 주자들의 다른 대구 동선에서도 이런 의도는 명확히 읽힌다. 안철수 대표는 대구경북첨단벤처기업연합회를 찾았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DGIST를,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도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를 찾아갔다. 모두 "이제부터 대구의 과거보다는 미래를 챙기겠다"는 상징적 의미다.
그러나 주자들이 실제로 내놓은 지역 공약은 과거형이다. 지방 소멸과 수도권 과밀의 국가적 악순환을 해결할 구체적 복안이 없다. "토건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구시대적 공약이거나, 막연하게 "균형발전을 이뤄내겠다"는 식이다.
여전히 지방을 '나와 다른 타자'로 인식하며, 정치적 변화의 주체가 아니라 시혜를 베풀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현실과 미래를 상징하는 동선을 짰으면서도 눈은 여전히 과거를 바라보는 셈이다.
'과거'와 '현실·미래'가 맞붙는 이번 대선은 '후보들의 동선'으로 표상되는 구시대 정치공학적 의미를 벗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정말 대구경북을 포함한 비수도권의 미래까지 생각하는 국가권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어쩌면 지금 우리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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