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지역 도심 주요 교차로에 내 걸렸던 정치색 짙은 내용의 현수막들이 100여일만에 철거됐다. 현수막 수백여장이 수개월째 도심 교차로를 점령하면서 시민들이 눈쌀을 찌푸려 왔다.
안동시는 중앙정부에 질의를 통해 '집회신고 후 실제로 집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수막을 철거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아, 27일 현장 점검을 통해 집회 개최 여부를 확인하고 전격적으로 현수막 철거에 나섰다.
그동안 안동시 옥동사거리를 비롯해 송현교차로, 당북동 중앙교차로, 안동MBC 사옥 주변 등에는 '개혁국민운동본부 안동연주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과 '안동을 사랑하는 모임'(이하 안사모) 등 두개 단체가 내건 현수막들이 빼곡히 내걸렸었다.
이들 두 단체의 현수막 대결은 지난해 11월 안동MBC가 김형동 의원이 동석한 안동의 한 고깃집 모임에서 지지자들이 옆자리 손님을 폭행한 사건을 보도하고, 김 의원측이 "보도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안동MBC를 상대로 법원에 정정보도 소송에 나선 것이 발단이 됐다.
먼저 민주연합측이 4월 21일 안동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형동 국민의힘 국회의원(경북 안동·예천)이 연루된 폭행사건 언론 보도 소송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안동MBC 앞 도로변과 도심 주요 교차로 곳곳에 '김형동 의원 오야붕 사건 가짜뉴스냐?', '김형동의원은 언론탄압 중단하라', '부동산 전수조사 적극 임하라' 등 내용의 현수막 수십여장을 내 걸었다.

이후 안사모는 같은 교차로에 '진짜 뉴스인지, 가짜 뉴스인지...기자의 양심에 물어봐라', '정정보도 청구가 언론탄압이냐!! 가짜뉴스가 언론갑질!!' 등 내용의 현수막 수십여장을 내걸어 대응에 나섰다.
안동시는 두 단체가 각각 경찰에 집회 신고를 한 상태여서 '집회용 현수막' 철거에 쉽게 나서지 못하는 사이, 시민들의 불만과 짜증도 높아져 왔다.
SNS에는 누리꾼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한 시민은 "참 못났다. 그냥 사과하면 될 일을. 진흙탕 싸움이 계속되면 시민들 머리속엔 '오야붕'만 남는다"고 했다.
또 다른 시민은 "불법·탈법·떼법이 안동 관문에서 해괴망측한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집회신고를 했겠지만, 집회를 본적이 없고, 지방정부와 검·경은 불구경하는 건가요?"라 싸잡아 비난했다.
교차로 인근에서 영업을 하는 한 시민은 "이들 단체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그룹으로 다분히 정치적 목적을 띠는 듯 하다. 실제 집회를 하지 않는 것은 불법현수막으로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시민은 "언론사와 지역출신 정치인 사이에 보도 내용을 둘러싼 법적 공방은 볼썽 사나운 일"이라며 "하지만 이 문제를 다분히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해 편가르기 하고, 시민들의 불편은 아랑곳 하지 않는 두 단체들도 더 큰 문제"라 했다.
이런 가운데 안동MBC 사옥 앞 도로변에 내걸린 현수막 30여장의 노끈을 잘라 훼손한 혐의로 김모(33)씨가 현수막을 게시한 단체의 신고로 붙잡혀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100여일만에 시민불편을 불러온 현수막들은 철거됐지만, 양측으로 갈라진 정치와 이념대결의 앙금은 여전하다. 덩달아 시민들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스스로 편가르기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언론 보도'와 '정정보도 소송'의 본질과 달리 정치적 대결과 정치적 목적의 상대편 흠집내기가 노골화되는 동안 대다수의 시민들은 이들 두 단체의 행태를 비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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