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한 생각 만 갈래

한 생각 만 갈래 / 석용진 지음 / 만인사 펴냄

"작가의 의식은 우리가 소위 언어라고 하는 개념에 구속된 상태를 넘어서야만 한다.", "서예라는 것은 시간과 공간 위에서 찰나 간 종이에 각인되는 에너지이다.", "많이 흔들린다. 어느덧 노화되어가는 육체, 무너지는 경제력,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그동안 걸어온 나의 행보를 뒤흔들기에 충분하다."

대학에서 그림을 전공했고 서예가로 전향한 현대서예가 석용진(63)이 1980년대 중후반부터 전업 작가로서 오롯이 자신만의 예술 행로를 모색하며 고민하던 때부터 현재까지 30여 년의 예술 여정을 정리한 수상록이다.

책은 오른쪽에 작품을 싣고 왼쪽에 그 작품을 창작해 나가는 과정에서 느낀 단상이나 수많은 상념들, 선택의 기로에서 나타나는 무수한 생각들을 정리, 짤막한 해제로 정리해 놓았다. 구성은 편의상 5부로 나눠 1부에서 4부까지는 작품과 해제를 붙였고, 작품 위에 일일이 간결한 작가노트를 첨부했다. 책에 채택된 작품들도 49번의 개인전과 수백 번의 여러 전시 중 눈에 띄는 대로 골랐다.

특히 이 작품들은 작업의 근간을 이루는 서예를 중심으로 그것을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기호학적인 해석, 해체주의적 경향과 함께 문인화적인 어법을 바탕으로 한 서양화와 서예의 조화, 나아가 전각기법을 화면에 이끌어 온 것들로 석용진이 추구하는 현대서예에서의 주요한 조형언어가 망라돼 있다.

또 5부 서론은 저자가 30대 한창 독서하고 열정적으로 작업하던 40대 초반까지 대략 10년간 서예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서예조형론'을 재정리해 수록해 놓았다.

"서예를 처음 배울 때 획만 되면 형태는 시간이 흐르면 절로 된다. 서예에서의 획은 생명현상과도 같다. 세포들이 모여 하나의 고등 생명체를 이루듯 서예에서도 여러 획들의 조합으로 한 글자가 되는 것이다."

저자가 서예조형론에서 설파한 이 말은 서예에 관심 있거나 입문하려는 사람들에게 큰 격려가 될 것 같다. 219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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