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28일 공문이 한 장 접수됐다. 제목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 대비 문화예술회관 대응 안내 자료 배포'였다. 당시 해외교류사업으로 진행하는 칼스루에국립극장과의 제작 공연 준비로 바쁜 시기였다. 공연을 며칠 앞두고 리허설이 한 창 진행 중이었던 2월 18일, 지역 첫 확진이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고 이튿날 공연을 취소하게 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첫 공연 취소였다. 그로부터 연말까지 코로나19 관련 공문은 약 300여 건이 들어왔다. 올해도 60건 정도가 접수됐으니 사나흘마다 한 건씩 나온 셈이다.
정부가 7월 1일 네 단계로 개편된 사회적 거리두기 공문을 보내왔을 때 문화예술계는 반색했다. 개편된 방역 수칙에서 공연장 객석 운영 부분은 사실상 두 단계로 나뉘었다. 1단계 '거리두기 없음'과 2~4단계 '일행 간 거리두기'가 적용된 것이었다.
임시 휴관과 부분 운영을 반복했던 지난해에 비해서는 물론이고, 객석의 50%만 운영해야 했던 올해 5월까지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비해 크게 완화된 조치였다. 6월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는 다섯 단계로 나뉘어 있었다. 특히 최고 단계는 공연 진행 불가(집합 금지)로 명시돼 있었다. 최고 단계가 적용된 적은 없었지만 심리적 압박감이 컸던 터였다. 7월 1일 도착한 공문이 문화예술계에 반가운 소식으로 다가온 이유였다.
그 영향일까, 내가 근무 중인 공연장은 최근 두 차례 수시대관을 접수한 결과 약 80건이 접수됐다. 앞서 진행된 정기 및 세 차례 수시대관에 접수된 60건보다 다소 늘어난 수치다. 움츠려 있던 지역 문화예술계가 활기를 찾고 있음을 알리는 지표이며, 예술가들도 활동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전달한 것이다.
그러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코로나19 상황은 염려하던 4차 대유행을 맞았다. 그러던 어느 날 심장을 철렁이게 하는 '수도권 외 지역 공연장 관련 추가 조치 안내' 공문이 접수됐다. 제목만으로도 머리가 하얘지고 심장 박동이 요동쳤다. 다행히 본문을 확인해보니 공연법에 정규 공연시설로 등록된 공연장 외에서 이뤄지는 행사가 대상이었다. 7월 중순 열린 대중가수 콘서트 이슈에 따른 정부의 방침으로 보였다.
뉴스에서 '4차 대유행의 갈림길에 섰다'는 메시지가 등장하면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 등 코로나19 관련 공문은 계속 접수될 것이다. 동시에 기획공연 출연자, 대관자들은 불안에 떨며 연락해올 것이다. 말 한마디에 더이상 불안해하지 않도록, 최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예술가들을 안심시켜주고 싶은 마음이다.
바이러스 확산 방지와 방역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활기를 찾아가고 있는 문화예술계가 다시 침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구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이다. 음악도시의 중요한 자산 '예술인'이 외면받지 않도록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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