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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그림 가격은 누가 결정하는가?

김태곤 대백프라자 갤러리 큐레이터
김태곤 대백프라자 갤러리 큐레이터

얼마 전 화랑가에 들러 해외 유명화가 작품 가격을 문의한 적이 있었다.

"요즘 작가들 그림값이 많이 올랐죠? 해외시장과 비교해 보면 국내가격은 어때요?"

그러자 화랑 주인의 한숨 섞인 대답은 "아휴 가격이 한없이 올라가요. 작품 구하기도 힘들지만, 화랑은 팔아도 손해인 것 같아요. 팔고 나면 다시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도대체 누가 그렇게 비싼 그림들을 계속 사는지 모르겠어요."

요즘 소위 잘나가는 해외 유명작가들의 거래현황이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미술 애호가들의 구매 양식 변화로 봐야할지 모르겠다. 억눌린 욕구를 사치스러운 소비로 분출하는 '보복소비' 또는 '보상소비'가 고가의 미술품 구매로 이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문화소비 욕구가 증가한 탓인지도 모른다. 이는 1990년대와 2006~2007년과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이며 미술시장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도대체 미술품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미술에 관심 있는 분들이면 누구나 한번쯤 가져보는 생각들이다. 이는 미술시장을 움직이는 핵심적 요소로 다른 재화와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되는 요소들이다. 공급자는 작품을 그리는 화가 또는 작고 작가의 경우 유족이나 소장가이고, 수요자는 개인 컬렉터와 미술관에 의해 창출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화랑(갤러리)은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기능을 맡게 된다.

지금처럼 수요가 몰리게 되면 화랑의 기능은 단순히 작품을 공급해주는 기능만 갖게 되고 미술품의 평가에 관해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의 미술시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화랑의 기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화랑은 아름다움을 살펴 찾는 안목으로 작품성 있는 작가를 발굴해 전시회를 갖는 게 주된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림 가격은 화랑의 노력과 여러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그중 최우선은 미술품의 절대가치인 작품성을 꼽을 수 있다. 더불어 구매자의 기호도와 사회적 역학관계, 즉 경제상황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마지막으로 보존상태, 크기, 제작연도, 재료, 소장 이력 등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요인들을 충족시켜 건전한 미술시장을 지속해 나갈 수 있다면 우리의 미술품도 국제적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수요에 쫓겨 인기 작가 작품만 거래하다 보면 또다시 깊은 불황에 빠져 버릴지도 모른다. 개인 컬렉터 역시 특정 작가에 편중된 구매보다는 발전 가능성이 높은 젊은 작가의 작품들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을 함께 이어간다면 유명작가의 양적 확대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국내 미술시장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는 것도 좋지만 지나치게 서양문화를 선호하다 보면 우리 문화의 독자성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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