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북구문화재단 기획전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은 방법'전

변카카 작
변카카 작 'Restraint' 파라핀왁스, 크레용, 우레탄폼, 가변설치, 2021년
신명준 작
신명준 작 'Object Room' 혼합매체, 가변설치, 2021년
홍희령 작
홍희령 작 '여기가 지상낙원 Ep2' 혼합재료, 가변설치, 2021년

찜통더위 속 도심에 있더라도 잠시나마 맑은 계곡물이 흘러내리는 산사의 녹음을 생각하면 한결 더위가 가신다. 이른바 사고의 전환이 가져온 감각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재)행복북구문화재단 어울아트센터 갤러리 금호와 갤러리 명봉은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는 질문을 통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기획전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은 방법'전을 열었다.

이 전시는 동시대를 고민하고 살아가는 청년작가 류현민, 변카카, 신명준, 이승희, 홍희령 등 5명이 저마다 유희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유연한 사고가 담긴 실험적 시선을 자신만의 예술언어로 보여준다. 물음에 대한 정답을 떠나 이들만의 신선한 감각과 창작활동을 통해 동시대 미술을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류현민은 이상과 실재의 간극 속에서 불완전한 주체의 실패와 상실에 주목해 작업했다. 작품 'Somewhere else'는 수평선 너머를 응시하는 작가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이 사진을 가리고 있는 야자수 패턴의 패브릭, 선풍기로 구성됐다. 작가는 전시공간이 아닌 공간에 머물면서 다른 어딘가를 생각할 때 원격조정으로 선풍기를 작동시킴으로써, 선풍기는 '현재와 미래(과거)', '전시장과 전시장외 공간'이라는 이분법적 경계를 허물거나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신명준은 일상에서 쓸모없는 것을 작업의 중요 오브제로 사용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전시 준비에 사용했던 녹색 오브제들의 파편들을 그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재배치해 새로운 가치를 찾고자 했다.

이승희의 'Zip'는 바퀴달린 나무배와 길게 뻗어있는 집 구조물, 현재 도시의 풍경을 담은 영상물로, 관람객은 밧줄을 통해 집 구조물 안으로 들어가 영상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현대에서 큰 자산으로 치부된 집의 의미를 통해 거대 시장경제 구조 이면에 놓인 근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변카카는 크레용과 파라핀 왁스를 활용한 인간 형태의 조각 'Restraint'(규제 또는 통제)를 통해 죽음, 정확히는 존재의 물리적 상태가 끝난 이후 이어지는 '삶'을 표현했다. 벽에 기대어 있는 인간 형태의 조각이 벽에 흔적을 남기며 닳아 없어지는 모습을 표현, 육체는 닳아 없어지지만 흔적을 남기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형태를 묘사했다.

홍희령의 '여기가 지상낙원 Ep2'는 코로나 팬데믹을 다뤘다. 관람자는 전시장에 놓인 빈백(Beanbag) 의자에 앉아 전시장을 떠다니듯 공중에 매달린 액자 속 숫자를 망원경을 통해 볼 수 있다. 액자 속 숫자는 세계 유명 휴양지의 좌표로 코로나로 인해 갈 수 없는 여행에 대한 동경을 빗대어 표현했다.

이 전시는 '2021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에 선정돼 진행되고 있으며 전시 기간 중 콘텐츠가 담긴 워크북과 전시연계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전시는 9월 11일(토)까지. 053)320-5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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