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섬유 CEO] <6> 서효석 자인 대표 "따라잡지 못하면 도태"

국제 섬유전시회 문턱 닳도록 참석…기술 흐름 즉각 파악
실패 두려워 말 것을 강조, 매년 300~400개 제품 개발하지만 살아남는 건 5% 남짓
"지역 업체들 값싼 중국산 원단을 선호해 우려스러워…제 살 깎아 먹는 식"

서효석 자인 대표가 친환경 장바구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신중언 기자
서효석 자인 대표가 친환경 장바구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신중언 기자

섬유는 변화에 둔감한 '굴뚝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빠른 속도로 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 대다수의 섬유업체들도 사업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새로운 분야에 과감히 진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지난 1999년 설립된 자인은 의류용‧침장용 원단 생산을 발판으로 성장해온 섬유기업이다. 2019년엔 중소벤처기업부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자인은 만족하거나 안주하는 법이 없다.

서효석 자인 대표는 "현재에 안주하는 것은 미래를 갉아먹는 일"이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산업의 흐름을 남들보다 빨리 파악하기 위해 세계의 여러 섬유 전시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다음은 서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매년 국내외 섬유전시회를 열성적으로 참여한다고 들었다.

▶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유럽, 중국, 일본 등에서 열리는 국제 전시회 7~8곳은 매년 참석했다. 국내 전시회까지 포함하면 매년 10곳 정도다. 유행이나 기술의 변화를 한눈에 확인하기 위해 전시회만 한 것이 없다. '섬유는 눈으로 보는 사람이 이긴다'가 지론이다. 고객의 니즈는 시시각각 변한다. 따라잡지 못하면 도태되지만, 남들보다 조금만 빠르게 캐치하면 기회를 잡게 된다.

-남들보다 빠르게 잡은 기회가 항상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동의한다. 우리는 시대의 흐름에 발 맞춰 매년 침구류, 의류, 산업용 등 섬유 아이템을 최소 300개에서 많으면 400개까지 개발한다. 이 중에서 제품화까지 이어지는 건 고작 15~20개다. 생존율이 5% 수준인 셈이다. 그럼에도 연구·개발을 멈추지 않는 건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성공을 위한 무수한 실패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최근 개발한 아이템 중 성공을 자신할만한 게 있나?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현재 기능성 원단을 활용한 스포츠용품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시제품까지 생산했다. 우리가 직접 양산할 수 있도록 해당 제품에 대한 염색, 가공 등의 공정을 일괄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설비를 빠른 시일 내 구축하려 한다.

-지금까지 일군 성과에 대해 말해 달라.

▶생산하고 있는 원단의 가짓수는 100여 개 정도다. 스판 원단, 선염 메모리 원단, 천연 소재 기반 린넨 원단 등이 대표적이며 LF, 형지, 코오롱 등 국내 굴지의 패션기업에 납품된다. 유럽, 베트남, 중국, 터키, 미주 등을 수요 수출국으로 두고 있다. 수출액은 연간 250~300만달러 정도다. 이외에도 지역 업체 20여 곳과 파트너쉽을 맺고 이들의 무역 업무를 대리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최근 침구류 분야에서 눈에 띄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8년 전부터 진출한 분야로 우리 매출액의 약 30%를 담당한다. 특히 천연 소재, 항균성 원단 등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원단이 잘 나가는 편이다. 많은 사람들이 잠을 잘 자기 위해 보다 좋은 침구와 원단을 찾고 있다. 고급화에 대한 수요가 끊이지 않는 분야이기 때문에 착실한 연구·개발로 대비해갈 방침이다.

-대구의 참장산업이 근 몇 년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고 대구시도 집중 육성할 계획을 밝혔다. 실상은 어떤가?

▶대구가 국내 침장 산업의 중심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는 등 현재 대구 섬유업계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산업이기도 하다. 다만 지역의 침장업체들이 값싼 중국산 원단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 우려스럽다. 이들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단만 사용해도 지역 업체들의 숨통이 트일 텐데, 그게 잘 안 되고 있다. 대구시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문제다.

-원가 절감을 위한 중국산 소재 선호는 침장산업만이 아닌, 섬유업계 전반에 해당하는 문제다.

▶원가 절감에만 매몰되다 보면 제 살 깎아 먹는 식의 출혈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좋은 품질의 제품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다. 국내 업체 간의 상생도 사라진다. 우리 지역의 경우 앞서 지적한 침장산업만 아니라 의류, 산업용 등 섬유산업 전반에서 중국산 생지 원단을 지나치게 많이 쓰고 있다. 지역업체 간의 연계가 잘 이뤄져야 혁신이 발생하고 경쟁력이 생긴다. 대구경북이 포천, 동두천, 안산 등 경기지역에 빼앗긴 국내 섬유산업 1위 자리를 되찾아올 방법이기도 하다.

-자인이 최근 주목하는 미래 성장 동력은 무엇인가?

▶업사이클링(Upcycling·새활용) 분야다. 지난해 연말부터 창고에 쌓인 오래된 원단으로 친환경 장바구니를 만들어 주변에 무료로 나눠주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비닐 사용을 줄이기 위함이다. 처음에 만든 1만8천개의 장바구니가 다 소진되는 등 반응도 좋다. 현재는 고향인 울진의 지역자활센터를 통해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대구의 금융기관이나 지자체와 손을 잡고 판을 키워보고 싶다. 최근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대구경북의 모든 지역민이 비닐 대신 친환경 장바구니를 쓴다면 그 자체로도 대구에 대한 큰 홍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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