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지진 전 수차례 미소지진, 고의로 축소·은폐"

진상조사위, 최종 보고서 발표…"연이은 문제 제기에도 물 주입"
63회나 발생한 지진 감추고 지열발전 단행…고의적 축소·은폐 정황 드러나
시민단체 "특검 통해 재조사를"

29일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 주민설명회에서 피해 주민들이 미흡한 후속조치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며 특검을 통한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29일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 주민설명회에서 피해 주민들이 미흡한 후속조치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며 특검을 통한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2017년 11월 15일에 발생된 경북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 참여 컨소시엄의 의도적 축소 또는 은폐 속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무총리실 소속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지진조사위)는 29일 포항시청에서 주민설명회를 갖고 지난해 4월부터 1년3개월간 진행한 최종 활동보고서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국책사업인 포항지열발전소의 시행 처음부터 지진 위험에 대한 제대로 된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지질자원연구원의 경우 수리자극(지열발전을 위해 지하에 고압으로 물을 채워넣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극)으로 수차례 미소지진이 발생했지만, 지진발생 횟수가 적다는 이유로 중요성을 고려하지 않았으며 이후에는 분석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2017년 4월에 비교적 큰 3.1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지만, 아예 자체적으로 감지하지도 못했다.

컨소시엄 주체인 넥스지오는 3.1 규모 지진 발생 이후 국내외 연구기관에서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당초 계획보다 상당히 많은 양의 물을 주입했다고 지진조사위는 밝혔다.

진행 과정에서 수리자극으로 인한 규모 1.0 이상의 지진이 63회나 발생했지만, 컨소시엄이 공문으로 외부에 알린 것은 산업부와 에너지기술평가원에 보고한 3.1 규모가 유일했다.

특히, 컨소시엄은 2015년 12월 수리자극으로 인한 지진위험 관리를 위해 2.0 규모 이상 지진 발생 시 산업부·에너지기술평가원·포항시·기상청에 보고하는 신호등체계를 구축했으나 1년 후 수리자극 도중 규모 2.2의 지진이 발생하자 갑자기 기준을 2.5 규모 이상으로 바꿔버렸다.

아울러 보고 대상 기관에서도 포항시와 기상청을 제외하는 등 미세 지진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나타냈다고 지진조사위는 전했다.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지진조사위는 컨소시엄 참여 주체인 넥스지오와 지질자원연구원은 물론 컨소시엄 중 하나이자 신호등체계를 기반으로 지진위험성 관련 업무를 맡았던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책임자도 함께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지열발전사업의 최종 관리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기술평가원에 대해서는 업무 소홀을 인정하면서도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주민설명회에 참석했던 시민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받았다.

지난해 4월 실시된 감사원 감사에서 산자부와 에너지기술평가원에 대한 징계가 이뤄진 상황이라 또다른 처벌은 불필요하다는 것이 지진조사위의 입장이다.

이학은 지진조사위 위원장은 "향후 엄정한 검찰수사를 통해 책임이 보다 명확히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29건의 법령·정책·제도를 관계기관에 권고할 계획이다. 책임 추궁도 중요하지만 국가연구개발 사업에 있어 안전관리방안을 마련하고 책임성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주민설명회에 참석했던 시민들은 지진조사위의 결과 발표가 다분히 정치적이고 중앙정부의 책임회피성 노력에 가깝다며 특검을 통한 재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공원식 포항11.15촉발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관련자를 직접 고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면서도 수사요청이라는 다소 안이한 조치를 취한 것이 지극히 정치적 조사였다는 증거"라며 "몸통은 빼고 곁가지만 쳐내서 뭘 하느냐. 진상조사 결과를 거부하고 특검을 요청하기 위해 집회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재 국회의원과 이강덕 포항시장, 정해종 포항시의회 의장도 주민설명회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지진조사위의 노력에 감사하지만, 조치가 미흡한 부분에 대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라며 "검찰의 신속한 조사가 이뤄져 시민들의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이 말끔히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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